리솜리조트그룹에 1,000억원대 특혜대출을 해준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농협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내부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내준 정황이 드러났다.
리솜리조트에 대한 추가 대출에 반대하다 해고된 여신심사단장이 농협을 상대로 해고무효소송을 내면서 '대타 심사위원'이 낀 석연찮은 대출 과정 의혹이 법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31일 법원 등에 따르면 농협은 지난 2011년 7월 리솜리조트로부터 충북 제천의 휴양콘도 개발에 필요한 사업비 280억원을 추가로 대출해달라는 신청을 받았다.
당시 대출 심사를 위해 농협 기업여신심사부 소속 5명으로 심사기구가 구성됐는데, 단장이던 이모 씨가 추가 대출을 반대했다.
담보물이 부실하고 연대보증인도 세우지 않아 대출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씨는 "내가 심사위원으로 배정된 다른 2명도 (대출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하자 (사측이) 2명을 대타로 재배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담보물의 담보비율을 규정상 30%가 아닌 70%로 근거 없이 적용해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물을 토대로 대출이 이뤄졌고, 연대보증인도 세우지 않았지만 리솜리조트가 자체사업으로 시공할 수 있게 특혜를 줬다"고 말했다.
추가 대출이 있던 2011년은 리솜리조트의 사업이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부채비율은 2011년 652%, 2012년 4,400%, 2013년 1만 4,287%, 2014년 자본잠식으로 이어지며, 2010년까지 종종 흑자를 냈던 리솜리조트는 2011년 이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1년 707억여원이었던 농협 차입금은 지난해 1,424억여원으로 급증했다. 사업이 악화될수록 농협이 더 많은 돈을 빌려준 셈이다.
이 때문에 대출 과정이 석연찮았다는 이 씨의 주장은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을 겨냥하면서 농협 고위 관계자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검찰 수사와 맞닿아있다.
지난 2007년 말 취임한 최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나온 경북 포항 동지상고 후배로 이른바 '영포회' 멤버로 알려진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 29일 리솜리조트 서울 본사 등 5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재무·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토대로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리솜리조트그룹 신상수 회장의 회사자금 횡령 혐의가 출발점이었지만 검찰 수사는 농협의 특혜 대출 의혹과 그 배경에 정관계 로비 여부로 연결될 전망이다.
검찰은 일단 리솜리조트가 부실한 재무구조와 자본잠식 상태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간 농협에서 1,000억원이 훨씬 넘는 거액을 대출받은 사실에 주목하고 하고 있다.
농협의 리솜리조트 대출은 1,649억 원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상환된 돈은 235억 원 정도다.
이에 대해 농협 측은 "대출 과정에서 심사위원이 교체된 것은 지정된 위원들이 당시 휴가를 갔기 때문일 뿐"이라면서 "담보비율도 대출 규정상 90%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 씨의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한 법원은 "심사위원 2명을 임의로 교체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했지만 "리솜리조트의 재무상태 등을 볼 때 이 씨가 부당 대출을 의심할 여지는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