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년과 은퇴자 모두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국가에서 취업과 창업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이들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마지막 남은 인생의 보람으로 삼을 생각입니다.
김우중(79) 전 대우그룹 회장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과 50∼60대의 '젊은' 은퇴자 문제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외환위기 때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 과거 자신이 시장을 개척한 베트남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머물며 인재 양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30일 오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양성 과정에 이어 은퇴자의 베트남 현지 취업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50세 이상 사람들은 국가의식도 있고 책임감도 크며 해외시장 개척 경험도 갖고 있다"면서 "이들이 현업에서 물러나 10년 이상 일하지 않으면 그동안 쌓은 경험과 경쟁력을 다 잃어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우 출신 임원들의 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김 전 회장의 이 같은 구상을 지원·실행하고 있다. 대우세계경연구회는 내년에 한국에서 일단 10명 정도의 은퇴자를 뽑아 베트남 현지에 취업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성과를 보며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김 전 회장은 "마케팅, 제품 개발, 회계 관리 등 자기 분야에서 30년 이상 일한 사람이라면 기업을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베트남 회사들도 이들을 이용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퇴자에게는 중역이나 간부로 일할 수 있는 제2의 인생이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 졸업자나 졸업 예정자를 선발해 동남아 국가에서 현지 언어·문화, 직무 교육을 한 뒤 현지에 취직시키는 GYBM 과정을 확대하고 있다. GYBM 과정은 2012년 베트남에 처음 개설됐으며 일명 '김우중 사관학교'로 불린다.
31일 베트남 하노이 문화대에서는 베트남 과정 4기 수료식이 열렸다. 86명이 수료하고 모두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에 취직했다.
올해는 미얀마 과정 1기생 18명이 지난 4월 수료하고 미얀마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8월에는 인도네시아 과정이 처음 생기며 태국 과정 개설도 추진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부터 한국의 대학 3∼4학년생을 선발, 방학 기간을 이용해 GYBM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외국에 진출할 인재를 미리 키우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현지에 취업해 경력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창업하는 한국 청년들이 늘어나면 동남아 지역에 '한상'과 같은 국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전 회장은 "젊은이들이 해외에서 반드시 성공하도록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며 "이들이 이뤄낸 성취의 결과들을 내 생전에 직접 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라고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