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개최국 중국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1차전에 주전 선수를 대신해 A매치 경험이 많지 않은 신예를 대거 투입해 경험 축적과 함께 기분 좋은 승리까지 챙겼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부상과 무더위에 맞서기 위한 윤덕여 감독의 깜짝 승부수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1일(한국시각) 중국 우한의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힘겨운 승부 끝에 1-0으로 승리했다.
사실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윤덕여 감독은 고민이 깊었다. 공격의 중심인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과 박은선(이천대교)이 소집되지 않는 데다 대회 전부터 베테랑 공격수 유영아(인천 현대제철)와 신예 수비수 김혜영(이천대교)이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윤덕여 감독은 월드컵을 경험한 정설빈(현대제철)에 상당한 기대를 했다. 여기에 대체 합류로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단 이민아(현대제철)과 이현영(이천대교), 그리고 유일한 해외파 장슬기(고베 아이낙)을 활용해 공격의 실마리를 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3대 혹서지역’인 우한에서 일주일 만에 3경기를 치러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에 윤덕여 감독은 개최국 중국과 1차전을 ‘새 얼굴’들이 경기에 나설 기회로 삼았다.
덕분에 이민아가 한국 여자축구의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던 ‘젊은 피’ 이금민(서울시청)과 이소담(대전 스포츠토토), 강유미(화천 KSPO)와 함께 선발로 나섰다. 교체 투입으로 A매치 경험이 적은 손윤희(화천 KSPO), 김상은(이천대교)까지 그라운드를 밟았다.
한국 여자축구의 사상 첫 월드컵 16강을 이끈 윤덕여 감독은 동아시안컵에서 과감한 용병술로 첫 경기부터 개최국 중국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월드컵서 8강까지 오른 중국이 전략적으로 대회 첫 경기를 한국과 배치, 사실상 첫 승의 제물로 삼은 듯했지만 경기 내용은 완전히 반대였다. 전반에만 한국은 슈팅에서 7-1로 일방적인 우세를 점했다. 특히 유효 슈팅이 한국이 3개나 기록한 반면, 중국은 하나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 경기 전까지 역대전적이 3승5무23패로 열세였다는 점을 잊게 했다.
후반 들어 무더운 날씨와 왕성한 활동량 탓에 이른 시간부터 급격한 체력 저하가 눈에 띄었지만 한국은 전반 27분에 나온 정설빈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키는 데 성공했다. 기대했던 승리를 거두지 못하자 중국 감독은 들고 있던 물병을 바닥에 집어 던질 정도로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무더운 날씨 속에 후반 추가시간 8분까지 소화한 뒤 그라운드에 일제히 쓰러진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동아시안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후반 이른 시간에 교체된 이금민을 비롯해 임선주와 김혜리(이상 현대제철) 등이 근육 경련을 호소한 만큼 일본과 2차전에 출전해 정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