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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

    롯데家, 너무 다른 '父子의 시대'

    아버지·장남 "오너의 뜻" vs 차남 "상법상 절차"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운데),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형제의 싸움' 에서 '부자의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버지와 장남 vs 차남' 간의 다툼으로 정리된다.

    양측이 가장 중점적으로 맞붙고 있는 논리는 '아버지의 뜻'과 '상법상 절차'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뜻이 나에게 있다"거나 "신 총괄회장은 후계자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남의 정당성 주장은 아버지로부터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은 줄곧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인이 담긴 해임 지시서,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육성 등을 공개하며 아버지의 뜻이 본인에게 있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기업오너인 아버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황제 경영'을 수용하면서 장남인 본인도 이를 따르겠다는 셈이다.

    반면 차남인 신동빈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의 이와 같은 주장에 맞서 '상법상 절차'를 전면에 내세운다. 롯데그룹 측의 공식적 입장도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롯데 경영 전반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지라도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 없다'는 것.

    신 회장의 측근은 법적으로도 완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데 이 역시 '법대로' 원칙에 근거한다. 신 전 부회장이 내세우는 해임지시서나 육성 공개 등이 법적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지금의 롯데가 경영권 분쟁은 서로 다른 경영 방식의 차이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업 오너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일본식 경영의 신 총괄회장과 이사회 절차와 상법 등을 중시하는 신 회장의 경영방식 충돌'이기도 하다는 것.

    약관의 나이에 일본으로 밀항해 맨손으로 사업을 일으킨 신 총괄회장이 일본식 보수적 경영스타일인 반면 신 회장은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일하며 서구적 경영방식을 익혀왔다. 신 회장은 이같은 방식으로 기업 상장을 위해 기업 정보를 공개하고 투자자를 공모해 공격적인 M&A(인수 합병)을 통해 성장 밑바탕을 마련해왔다.

    결국 이번 주주총회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롯데 경영과 관련한 '부자(父子)의 시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이 신 전 부회장에 손을 든다면 신격호 스타일이 지속될 것이고, 신 회장에 승리를 안겨준다면 현대적 경영스타일의 새로운 롯데가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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