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아, 네 아쉬움 풀어줄까' 피츠버그 강정호(왼쪽)는 2013년 동갑내기 류현진(LA 다저스)도 이루지 못한 올해의 신인을 향해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자료사진=피츠버그 홈페이지, 노컷뉴스)
'KBO산 1호 메이저리거 야수' 강정호(28 · 피츠버그)가 한국 선수로는 12년 만에 메이저리그(MLB) '이달의 신인'으로 뽑혔다.
강정호는 4일(한국 시각) MLB 사무국이 발표한 내셔널리그(NL) '7월의 신인'에 올랐다. 이달의 신인은 동갑내기 절친 류현진(LA 다저스)도 얻지 못한 영예다. 2003년 4월 최희섭(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 · 현 KIA) 이후 12년 만이다.
7월 한 달 강정호는 타율 3할7푼9리(87타수 33안타)에 3홈런 9타점을 올렸다. 출루율 4할4푼3리, 장타율 6할2푼1리로 이 둘을 합한 OPS는 정상급 타자의 기준인 1.000을 넘었다. 홈런 3방에 2루타 8개, 3루타 2개까지 장타만 13개였다. 이는 7월 NL 전체 타자 중 공동 3위의 호성적이다.
이러면서 강정호는 현지 언론을 통해 NL '올해의 신인' 후보로도 떠올랐다. 2013년 류현진도 도전했지만 무산됐던 쉽지 않은 상이다. 과연 강정호가 2년 전 친구의 아쉬움을 씻을 수 있을까.
▲강정호, 이만한 존재감의 신인은 없다강정호는 3일까지 88경기 타율 2할9푼4리(282타수 83안타) 8홈런 35타점을 올렸다. 타율은 NL 신인 중 4위, 홈런은 공동 9위, 타점은 8위다.
그러나 출루율 3할6푼7리는 2위다. 1위는 카일 슈와버(시카고 컵스)의 4할2푼2리지만 23경기 출전뿐이라 사실상 강정호가 1위다. 장타율 4할5푼4리까지 합한 OPS는 .821로 5위다.
여기에 수비 활약까지 더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에서는 단연 NL 신인 중 1위다. 공격뿐 아니라 전반적인 활약도에서는 강정호의 영향력이 더 컸다는 것이다. 규정 타석이 살짝 부족할 정도로 시즌 초반 주전 경쟁에서 다소 밀렸지만 최근 주축으로 거듭난 위상이다.
강정호는 KBO 리그에서도 즐겼던 레그킥 타법을 메이저리그에서도 발휘하며 장타력을 점점 키워가고 있다.(자료사진=중계 화면 캡처)
강정호는 베이스볼레퍼런스에 따른 WAR는 3.5로 맷 더피(샌프란시스코)의 3.4에 앞선다. 더피는 91경기 타율 3할4리 9홈런 48타점을 올렸다. OPS는 .805로 강정호에 이어 NL 신인 6위다.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이 유력한 카를로스 코레이아(휴스턴)도 2.8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 장타력을 뽐냈던 작 피더슨(다저스)이 2.2, 크리스 브라이언트(컵스)가 2.6에 그치고 있다. 피더슨은 21홈런 43타점을, 브라이언트는 14홈런 61타점을 올렸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강정호의 신인왕 가능성은 높아진다. 더욱이 강정호는 최근 불타오르고 있다. 최근 15경기 타율이 무려 4할7리 출루율이 4할3푼9리 장타율이 7할4리에 이른다. 후반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다면 평가는 더 올라갈 수 있다.
▲RYU보다 경쟁자 적지만 '순수 신인' 걸림돌류현진도 2013년 MLB 데뷔 시즌 대단했다. 그해 14승8패 ERA 3.00을 찍었다. NL 신인 중 다승 2위에 오르며 '코리안 몬스터'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신인 중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30경기 192이닝을 던져 평균 6이닝을 책임졌다. 선발 투수의 덕목을 제대로 수행해냈다.
하지만 류현진은 '올해의 신인'이 무산됐다. 2006년 KBO 최초로 신인왕와 정규리그 MVP를 석권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신인왕을 노렸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에서처럼 18승을 따냈다면...' 2013년 MLB 데뷔 시즌 14승을 거두고도 신인왕 경쟁에서 밀렸던 LA 다저스 류현진.(자료사진=노컷뉴스)
특히 그해 어마어마한 신인들이 몰린 탓이 컸다. 류현진은 2013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3위 표만 10장을 받아 총점 10점으로 4위에 머물렀다.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가 12승6패 ERA 2.19의 성적으로 1위 표 26장, 2위 표 4장 등을 받아 총점 142점을 얻어 영예를 안았다. 2위(95점)는 류현진의 팀 동료 야시엘 푸이그로 타율 3할1푼9리 19홈런 42타점 66득점을 기록했다. 3위(12점) 셸비 밀러(당시 세인트루이스 · 현 애틀랜타)가 15승9패 ERA 3.06이었다.
여기에 류현진은 순수 신인이 아니라는 의견이 적잖았다. KBO 리그에서 7년을 뛰고 온 만큼 다른 선수들과 다른 기준에 있다는 것이었다. 마이너리그를 거친 3명이 더 많은 점수를 얻은 이유였다. 송재우 MLB 해설위원 등 전문가들은 "1995년 노모 히데오(당시 다저스 · 은퇴)도 그렇지만 2001년 스즈키 이치로(당시 시애틀 · 현 마이애미)가 신인왕과 MVP를 석권하면서 타 리그 출신 선수의 신인왕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강정호 역시 이런 기준에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정호는 류현진보다 2년 많은 9시즌을 KBO 리그에서 뛰었다. 다만 강정호는 경쟁자의 면면이 류현진의 2013년처럼 화려한 것은 아니다. 과연 강정호가 한국에서 못 이룬 신인왕을 MLB에서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