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건물을 최소의 비용으로 최단시일 내 완성한다."
1970년대 서울 도시계획을 총괄한 손정목(88)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대표 저서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제5권에서는 88올림픽을 앞두고 지어진 잠실 롯데월드와 호텔 건립 당시의 슬로건을 이렇게 소개했다.
2003년 총 5권으로 발간된 이 책은 한국전쟁 이후의 서울 도시개발 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을지로 롯데타운 조성 등 한국에서 롯데그룹이 재벌로 자리 잡게 된 과정도 담고 있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재조명 받고 있다. 손 교수는 1970년 이후 서울특별시 기획관리관, 도시계획국장, 내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손 교수는 저서에서 "청와대와 서울시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양대행사를 앞두고 40억 인구가 영상으로 보게 될 잠실벌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그 사업을 맡길 대상을 심사숙고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토지소유자였던 한양이 개발을 강력히 희망했을 것으로 봤지만 당시 사세가 크게 기울어 불가능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친분으로 결국 롯데에 사업권이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한양이 가졌던 토지소유권은 두 차례에 걸쳐 롯데에 옮겨졌으며 그 후 사업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1988년 9월 올림픽에 맞춰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재일교포 출신이었던 점을 이용해 외국인 신분으로 외자도입법을 활용, 재무부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신속히 받아냈다. 한 달 만에 인구·교통영향평가 용역, 주변지역 측량, 지하수 조사도 모두 마쳤다.
손 교수는 "공사일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 촉박한 일정의 나열에 숨이 막힐 것 같다"며 "특히 호텔동만은 대회 개최 전 완공돼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공기 때문에 죽음을 건 나날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공정을 자주 확인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는 우리나라 건축 역사에서 구청, 소방서, 시 본청, 건설부, 상공부, 재무부, 관세청 등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모두 나서 적극적으로 지원한 전무후무한 예로 남게 될 것이라고 손 교수는 평가했다.
석촌호수 위에 건설된 실외 테마파크, 일명 매직아일랜드가 준공된 건 1990년 3월24일로, 사업본부가 발족한 지 만 4년6개월 만이었다.
손 교수는 "모든 관련기관이 발 벗고 지원하고 모든 문서가 초고속으로 처리됐다"고 증언했다.
손 교수는 또 "지하물막이 공법 등 여러 가지 최신공법과 새로운 자재, 장비가 도입됐고 놀이동산도 획기적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롯데월드에 부과되는 교통유발부담금은 항상 전국 제1위의 자리를 지킬 뿐 아니라 액수가 월등하게 앞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 혼잡 원인자에게 그 혼잡의 정도에 따라 부과하는 제도"라면서 "부과대상자 전국 제1위의 자리를 꾸준히 지킨다는 사실이 과연 자랑스러운 일인지를 생각해본다"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