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끼는 한반도기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처음 국회에 입성할 때 아래와 같은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위에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라고 돼 있듯이 국회는 우리나라 통일정책을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통일의식이 어떤지 조사된 적은 그동안 한 번도 없었다. CBS노컷뉴스가 분단 70주년을 맞아 국회의원 통일의식을 조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7월 30일, 8월 1일 이틀간 국회의원 299명 전원을 상대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115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국회의원들에게 던진 질문은 모두 5가지다.
첫째 질문은 '남북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이에 대한 응답은 아래 그래프와 같다. 정당별 차이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프1 '남북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픽=김성기 PD)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률 78.3%는 일반국민들을 상대로 한 CBS노컷뉴스 통일의식 조사(8월10일 보도) 때 보다 23%p나 높은 결과다.
반통일적 의견으로 분류할 만 한 두 응답(통일이 되면 좋겠지만 여건이 안되면 반드시 이뤄질 필요는 없다·현 상태에서 평화공존하는 것이 좋다)의 합은 20.8%였다.
두 번째 질문은 '남북통일 이후 어떤 체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였다. 통일 방식에 관한 질문이다. 이에 대한 응답은 정당별로 엇갈렸다.
그래프2 '남북통일 이후 어떤 체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래픽=김성기 PD)
위 그래프에서 '남한의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응답(63.5%)은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을 의미한다. 눈에 띄는 것은 흡수통일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79%가 찬성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새누리당은 북한 붕괴를 전제로 우리제도를 북한에 이식하는 그런 방식의 통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한 붕괴의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면 새누리당의 흡수 통일방식은 결국은 남북간 교류협력에 배치되거나 남북통합을 가로막는 정책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혁희 통일맞이 사무처장은 "북한 붕괴론에 입각한 정책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 것은 혐북(嫌北)의식만 조장해 결과적으로 통일을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위 그래프에서 '통일 이후에도 남북한 두 체제를 각기 유지한다'는 응답은 '연합제 통일' 또는 '연방제 통일'을 의미한다. 남북한 체제가 갖고 있는 정치·경제·사회적 이질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통일 이후 강제적인 통합보다는 각각의 체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이 방식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34%, 정의당은 100% 각각 지지를 나타난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9.6% 지지에 그쳤다.
장 선임연구원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에서는 북한 붕괴보다는 합의에 의한 평화적 통일을 중요하게 보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보여진다"고 해석했다.
세 번째, 네 번째 질문은 '우선 통일하고 경제격차를 줄이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북한이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한 뒤 통일하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였다. 한마디로 '선(先)통일 후(後)북한경제성장'과 '선북한경제성장 후통일'에 관한 찬반을 각각 묻는 질문이었다.
전체 응답은 '선통일 후북한경제성장'이 근소하게 앞섰다. 다만 새누리당은 '선통일 후북한경제성장'에 찬성이 훨씬 많았고, '선북한경제성장 후통일'에는 반대가 다소 많아 답변에 일관성이 있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두 질문 모두 찬성이 더 많아 논리적으로 모순된 경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