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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

    엘리엇, '퇴각' 수순 밟나…해석 분분

    • 2015-08-07 13:56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서 삼성그룹을 곤혹스럽게 했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대부분을 처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지난달 17일 주총 표대결 패배 이후 '질서 있는 퇴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2.17%를 여전히 보유한 만큼 계속 '경영 간섭'을 시도하거나 소송 제기를 통해 '분쟁 재료'를 다시 부각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히 남아 있다.

    ◇ 손해 보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백기' 들었나

    엘리엇은 6일 삼성물산에 보유 지분 4.95%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신청했다.

    합병안 발표 이후인 6월 3일 매입한 지분 2.17%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대상이 아니어서 엘리엇이 팔 수 있는 지분 전체를 내놓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처분 물량은 2∼5월에 걸쳐 나눠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 삼성물산 주가가 5만5천∼6만3천원선에서 움직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 매수 단가는 6만원 안팎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5만7천234원. 어림 잡아 엘리엇이 지분 4.95%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처분함으로써 200억원대의 손실을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삼성과의 싸움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는 해석이 우세한 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총 이후의 상황으로 봤을 때는 포기하고 나가는 그림"이라며 "손해를 본 것처럼 보이지만 파생상품을 통해서 이익을 확정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이후 엘리엇이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2.17%지만 합병 이후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은 0.63%로 쪼그라든다.

    1%도 안 되는 '미약한 존재감'으로는 경영권 간섭이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엘리엇이 '출구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 "순순히 물러날까?"…소송전 등 가능성은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남은 삼성물산 지분 2.17%를 갖고 삼성물산과의 '전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을 하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엘리엇이 계속 보유 중인 지분 2.17%의 평균 주식 매입 단가는 6만3천560원이다. 삼성물산의 6일 종가는 5만5천200원으로 현재 주가에서 매도한다면 손실이 크다는 점에서 주가를 띄울 필요가 있다.

    엘리엇은 6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사실을 공개하면서 "주주로서의 권리와 투자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임시 주총 결과와 관련된 사항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예고했던 주총 무효 소송 제기 등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법원이 앞서 엘리엇이 제기한 가처분 사건을 통해 엘리엇의 주요 주장을 모두 배척한 바 있어 본안 소송으로 가도 승산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RELNEWS:right}또 통합 삼성물산 지분 0.63%를 갖고서는 소수 주주로서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압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상법 특례 조항에 따르면 엘리엇이 0.63% 지분으로 가질 수 있는 권리는 주주제안권과 이사 해임 청구권, 회계장부 열람권, 유지청구권, 대표소송권이다.

    그러나 1.5% 이상 보유 주주에게 주어지는 주총 소집권, 검사인 선임 청구권은 가질 수 없다.

    다만 주주제안권 등 권리도 보유 기간이 6개월 이상이어야 하므로 엘리엇은 내년 1월에야 이를 행사할 수 있다.

    아울러 지배 주주의 지분이 낮았던 현 삼성물산과 달리 통합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비롯한 최대 주주의 우호 지분율이 높다는 점에서 엘리엇의 공세가 실질적인 파괴력을 갖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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