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 황병서 북한 군총정치국장(왼쪽)과 김양건 노동당비서(왼쪽 두 번째)가 지난 22일 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23일부터 판문점에서 시작된 남북고위급 회담은 충돌일보 직전까지 갔던 극한 상황에서 양측이 평화의 길로 갈 수 있는 단초를 열었다는 측면에서 긴장완화 성과외에 남북 회담 역사에도 새로운 한 페이지를 확실히 쓴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우선 남북 사이에 2+2 형태로 남북 협상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담은 당초 북측이 지난 22일 오후 4시, 김양건 북한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명의의 통지문을 우리측에 보내오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온 이 통지문에서 북측이 제안한 회동은 김관진 실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간 1+1 회담이었다.
그러나 우리측이 이날 오후 6시에 김양건 통전부장이 아닌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접촉에 나오라는 수정통지문을 보냈고 이에 대해 북측이 다음달인 23일 오전 9시쯤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나올테니 우리측에서는 김관진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나와달라는 요청을 했고 우리가 이를 수용하면서 2+2 회동은 성사됐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남북간에 2+2 형태로 회담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회담의 의미를 평가했다.
또 우리의 안보상황 총괄 사령탑인 국가안보실장과 통상적인 대북 협상을 담당해온 통일부 장관에 북측의 군 총정치국장과 노동당 대남비서이자 우리의 통일부 장관격인 통일전선부장이 함께 하는 고위급 회담의 구성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다 이번 22일 오후 6시반에 시작해 23일 새벽 4시 15분까지 9시간 45분간 1차 협상에 이어 23일 오후 3시반에서 하루를 더 넘긴 25일 0시 55분까지 무려 33시간 25분 등 모두 합해 43시간 10분, 나흘동안이나 이어졌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과거 90년대 고위급 회담에서 당사자가 여러명일때 밤을 새운일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처럼 2+2 형태로 회담이 길게 이어진 것 역시 처음"이라고 말했다.
반드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고 오라는 미션을 받아온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절박함과 주체가 분명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해야 하는 김관진 실장의 임무가 어우러지면서 남북회담 사상 최장시간 협상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진 시기는 지난 17일 시작해 28일까지 12일간 이어지는 한미군사훈련인 UFG 즉 을지포커스가디언 훈련 와중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지난 1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UFG 연습의 취소를 요구하고 이를 강행할 경우 "우리의 군사적 대응도 최대한 거세질 것이라고 위협한 가운데 항상 북한 권력서열 2위로 분류되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협상 테이블에 나왔다는 것은 남북 회담 역사에서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에도 한미연합 훈련 기간 동안 실무급의 남북 접촉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라는 최고위급 인사간 접촉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6.25 전쟁 이후 최대규모로 움직였다는 북한 잠수함 50여척의 기지 이탈 등으로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갔던 남북의 대치상황을 풀게된 이번 남북고위급 접촉은 이래저래 남북 회담사에 중요한 페이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