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 사용으로 K리그 1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던 제주 공격수 강수일은 사실상의 집행유예 기간에 음주운전 사고까지 내며 자칫 선수생명에 큰 위기를 맞을 상황에 놓였다.(자료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폭행과 약물사용에 이어 음주운전까지. 다문화 가정의 ‘희망’이 됐던 강수일(제주)은 또다시 고개를 떨궜다. 선수 생명에 큰 위기다.
강수일은 24일 새벽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술을 마시고 자신 소유의 차량을 운전하다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다행히 상대 택시 기사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 조사에서 동승자인 친구 이모(28)씨가 운전한 것으로 주장하다 차량 소유주가 강수일이라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의 추궁에 끝내 음주운전 사실을 털어놨다.
더욱이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가 0.110%로 면허 취소에 해당할 정도로 만취 상태였다는 점에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강수일의 음주운전은 지탄받기에 충분했다.
강수일의 음주사고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다. 현재 강수일은 K리그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사용이 적발돼 선수자격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상황이다. 자숙이 필요한 상황에서 또 한 번 문제를 일으킨 탓에 강수일을 향한 축구팬의 시선은 ‘안타까움’에서 ‘분노’로 바뀌었다.
다문화 가정 출신의 강수일은 무명의 축구선수에서 국가대표의 꿈까지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주한미군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강수일은 2007년 번외지명으로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이듬해 2군리그에서 맹활약하며 1군 데뷔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만만하지 않았다. 강수일은 인천 유니폼을 입고 나선 K리그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지 못했다. 오히려 2010년 팀 동료와 행인을 폭행한 사건으로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선수 생명의 위기에서 당시 제주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박경훈 감독이 손을 내밀어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인천 시절과 마찬가지로 강수일의 제주 생활도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수일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2014년 포항 스틸러스가 강수일을 임대 영입한 것. 당시 ‘포항 메시’라고 불렸던 조찬호(수원)가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하자 황선홍 포항 감독은 평소 눈여겨봤던 강수일을 전격 임대했다. 강수일은 포항에서 프로 데뷔 후 가장 뛰어난 활약으로 축구팬은 물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눈까지 사로잡았다.
국가대표의 꿈까지 이룬 강수일은 모두의 박수를 받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절정의 순간을 맛보기 직전 강수일은 다시 좌절했다. 외모를 꾸미기 위해 사용한 발모제가 엄격하게 금지되는 금지약물 성분을 포함하고 있었던 것. 당시 강수일은 “콧수염이 나지 않아 발모제를 사용했다”고 해명했지만 운동선수로서 발모제 성분이 남성호르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해명은 일반적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설명이었다.
결국 K리그를 관장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대한축구협회는 6개월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명령했다. 한창 물오른 경기력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던 강수일에게는 축구선수로서 성장에 걸림돌이 될 만한 공백이다. 실제로 제주 구단도 25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강수일의 임의탈퇴를 요청했다.
금지약물 사용이 적발돼 징계 중인 상황에서 강수일은 돌이킬 수 없는 또 한 번의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만취 상태에서 음주사고를 낸 강수일은 집행유예 기간에 또 다시 범죄를 지은 것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 음주사고가 강수일이 축구선수로서 세 번째 범한 중대한 실수라는 점에서 전처럼 가볍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프로축구연맹은 징계 도중 다시 한 번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강수일의 중징계를 검토 중이다. 현재 강수일의 음주운전에 대한 상벌위원회가 논의 중이라고 밝힌 연맹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관대하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음주운전은 살인미수라는 사회 통념상 단호한 징계가 예상된다. 징계 중 발생한 범죄행위라는 점에서 최종 결정은 상벌위원회의 몫이지만 가중처벌이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