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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땅 한번 밟으려나"…이산가족 상봉문의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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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땅 한번 밟으려나"…이산가족 상봉문의 쇄도

    고령 이산가족 1세대, 가족 상봉 기대와 체념 교차

    지난해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손 꼭 맞잡은 남북 이산가족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가족을 북한에 남겨둔 채 수십년의 세월을 보낸 실향민들은 이산가족 상봉 추진 소식에 한껏 기대감을 내비쳤다.

    특히 실낱같은 환향 기회를 고대하던 이들은 "죽기 전에 고향 땅이라도 밟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대한적십자사에는 아침부터 상봉을 신청하기 위한 실향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한적십자사를 찾은 이산가족 1세대 김효원(83·서울 마포구)씨는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했다는 보도를 보고 이제는 고향에 갈 수 있겠다 싶었다"며 이산가족 찾기 신청서를 작성했다.

    평안남도 용강군에서 김 씨는 6.25전쟁 때 인민군에 입대해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혀 전쟁이 끝난 뒤 귀순했다.

    이산가족 찾기 신청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 씨는 "4남 1녀 중 장남인데 형제들은 모두 죽었고, 부모님도 돌아가셨다"면서 "친구 2~3명만 살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친구들이라도 보고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미 상봉을 했거나, 화상 상봉을 한 실향민들은 전화상담을 통해 상봉 신청 가능여부 등을 문의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대한적십자 관계자는 "기존 신청자 중 연락처 변경 확인부터 신규 신청가능 여부까지 오늘만 수십통의 문의 전화가 왔다"면서 "응대할 직원이 부족해 전화를 받아 줄 자원봉사자 두분을 따로 불렀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북한에 남겨둔 가족의 생사 여부는 체념한 분위기다.{RELNEWS:right}

    개성이 고향인 김금옥(82·여·망원동)씨는 "6.25전쟁중에 부모님은 북한에 남고 오빠는 행방불명 돼 혈육하나 없이 살아왔다"면서 "부모님은 돌아가셨겠지만 사촌누이동생이 한명 있었는데 살아 있다면 한번 보고싶다"고 말했다.

    일부 실향민은 이산가족 상봉 장소를 금강산으로 제한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였다.

    함경북도 회령군 출신인 김균재(87·서초구)씨는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이 만날 것이라고 하는데 가족 생사 여부도 불투명하고 내가 살던 곳은 가보지도 못해 신청하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여행할 수 있는 시대에 고향 땅도 못 가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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