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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 시인의 섬뜩한 통찰 '폐허를 인양하다'

책/학술

    백무산 시인의 섬뜩한 통찰 '폐허를 인양하다'

    사진제공= 교보문고.

     

    백무산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 <폐허를 인양하다="">가 출간되었다.

    "무엇을 인양하려는가 누구는 그걸 진실이라고 말하고 누구는 그걸 희망이라고 말하지만 진실을 건져올리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고 희망이 세상을 건져올린 적은 한번도 없다 그것은 희망으로 은폐된 폐허다 인양해야 할 것은 폐허다 인간의 폐허다"(시 '인양' 일부)

    진실도 희망도 기대하지 말고, '희망으로 은폐된 폐허'를 직시하라는 이 시의 메세지는 냉소적이면서도 섬뜩하게 다가온다.

    "패닉만이 닿을 수 없는 낙원을 보여준다/나는 그 폐허를 원형대로 건져내야야만 한다"(시 '패닉' 일부)

    이 시는 세상의 끝자락까지 가보아야만 그 바탕에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이러한 폐허와 패닉의 세계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시 '자유낙하'는 인간의 자유를 작은 풀씨의 운명에서 찾는다. 시인은 '생의 결정은 운명도 끼어들 틈 없는 찰나의 단호함으로 모든 의지에 우선하는 자유낙하의 영원한 순간에 있는 것'임을 노래한다.

    "집을 나서다 마당귀에 거칠게 자란/ 잡초가 따라나섰을 것이다/ 기차 타고 가서 밤일 보고 아침에 상갓집 들러/ 오는 동안 내내 따라다녔나 옷을 벗다 콕콕/ 찔러대는 걸 팔꿈치께서 떼어내는 작은 풀씨다

    {RELNEWS:right}적당한 곳에 떨어지려고 나를 따라나섰을 것이다/ 흙 없는 길로만 다녔으니 행여 떨어질까봐/ 안간힘으로 매달렸을 것이다/ 위장된 흙냄새에 발 헛디딜까봐/ 주저주저하다 퍼렇게 멍이 든 씨앗 하나

    함부로 떨어질수 없는 비애만 한게 없지/ 꽃대를 올려 키를 높이지만 생의 보람은 꽃에만 있지 않고/ 생의 결정은 한순간 툭 떨어지는 낙하의 순간에/ 무너지는 경계에 자신의 모두를 일순 내맡기는 허공에/ 운명도 끼어들 틈 없는 찰나의 단호함으로/ 모든 의지에 우선하는 자유낙하의 영원한 순간에 있는 것/ 위장된 땅에 주저주저하다 퍼렇게 병든 씨앗이여, 시여"(시 '자유낙하' 전문)

    백무산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시가 무모해지더라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의 요구에 현실이 선택되거나, 시의 행위와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이라면, 시가 오히려 삶을 소외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시를 기회주의자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폐허를 인양하다=""> 백무산 지음/ 창비/ 160면/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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