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비상' 포스터(왼쪽), KBS 2TV '청춘FC' 포스터)
'비상'(2006·감독 임유철)은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 축구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극중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시민구단 인천 선수들이 처한 환경은 열악하다. 전용구장이 없어 1시간 30분의 연습을 위해 3시간을 이동해야하고 "버림받은 선수들이 모인 팀"이라는 멸시를 받는다. 뛸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해 저마다 부상을 안고 산다.
이후 인천은 장외룡 감독이 부임하면서 변화를 맞이한다.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훈련 덕에 놀라운 성적을 거두기 시작하고, 인천을 최하위로 분류하던 언론들은 '공포의 외룡구단'이라는 수식어를 써가며 그들을 집중 조명한다. 마침내 인천은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각본 없는 드라마틱한 이야기. 이처럼 '비상'은 인천 선수들의 고군분투기를 고스란히 녹여내며 진한 감동을 자아냈다. 당시 20개관 미만의 상영관에서 약 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의미 있는 성과도 거뒀다.
최근 안방극장에 '비상'을 떠올리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KBS 2TV '청춘FC 헝그리일레븐(이하 청춘FC)'이다.
지난 7월 방송을 시작한 '청춘FC'는 축구를 포기할 위기에 놓인 유망주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논픽션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청춘FC' 선수들은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다. 한때는 한국 축구계를 이끌어갈 유망주로 손꼽히던 이들이지만 갑작스러운 부상, 에이전트와의 계약 문제,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 탓에 의지와 상관없이 축구를 그만두어야 했다.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축구 미생'들. '청춘FC'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정환, 이운재, 이을용 등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들이 발 벗고 나서 재기를 도왔고, 해외 전지훈련까지 떠나며 무뎌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선수들은 땀으로 보답했다. 힘든 훈련을 견디며 점차 하나가 되어갔고, 벨기에 1부 리그 승격 팀 생 트뤼덴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기적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