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70.8%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매년 1만명이 훌쩍 넘는 규모의 박사가 배출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여전히 '교육입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지키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실상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취업난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수십년 전에는 대학만 나와도 고급인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요새는 학사학위가 이른바 '스펙'으로서 별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자 대학원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과계열보다 문과계열의 박사학위 취득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3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집계한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의 전공분야별 현황을 보면 사회계열은 2004년 1천188명에서 2014년 2천496명으로 110.1%, 교육계열은 349명에서 762명으로 118.3% 급증했다.
공학계열 60.9%(1천971→3천171명), 자연계열 52.2%(1천545→2천352명)와 비교할 때 증가율이 두 배에 달한다.
이기홍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취업난이 심각한 문과계열에서 고학력에 대한 필요성이 컸음을 시사한다"며 "사회적으로 더 센 경쟁력을 가지려면 학력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고급 인적자원의 과잉공급은 오히려 구직자와 구인자 간 미스매치를 심화시켜 취업난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시행한 '국내 신규 석·박사학위 취득자 조사'에서 응답자 3천227명 중 62.8%가 선호 직장으로 대학을 꼽았다. 이어 공공연구소가 17.8%를 차지했다.
민간기업은 3.9%, 창업·자영업은 1.2%에 불과했다.
학생 수 감소로 대학 정원이 점점 줄고 있고 공공연구소의 수요도 한정적인 점을 고려하면 올라간 학력만큼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1990년대에 들어 박사학위 소지자 등 고급인력의 공급 과잉 현상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들의 활용에 대한 체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박사와는 반대로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가 감소 추세를 보인 것도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통계가 한국연구재단에 신고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즈음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는 점을 미뤄볼 때 높은 학비에 대한 부담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여겨진다.
최근 국내 박사 출신의 교수 임용 등이 늘어나는 등 국내 대학원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2004∼2014년 '교수신문'의 신임교수 임용현황 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임교수 가운데 외국 박사 비율은 2004년 1학기 33.1%에서 지난해 2학기 25.6%로 떨어졌다.
임용규모가 큰 1학기 기준으로 봐도 외국 박사학위 소지자 비율은 2004년 33.1%에서 2008년 33.9%로 정점을 찍은 뒤 2012년 25.1%, 2014년 18.8%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학에서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비정년 트랙' 교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외국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그대로 외국에 체류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해도 국내로 들어오지 않은 사람은 굳이 신고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에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런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