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위)와 유격수(아래 왼쪽), 중견수를 보는 레이 장의 모습. (MILB.com 캡처)
지난해 넥센에서 뛴 비니 로티노는 내외야는 물론 포수까지 볼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로티노는 2004년 밀워키 브루어스 산하 싱글-A에서 한 경기에 투수를 포함한 9개 포지션을 모두 소화한 경험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위 레벨로 선수들을 수급하는 마이너리그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마이너리그에서도 9개 포지션을 소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로티노 역시 "재미를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마이너리그에서 로티노처럼 9개 포지션을 모두 소화한 선수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신시내티 레즈 산하 더블-A 펜사콜라 블루 와후스의 레이 장. 레이 장은 지난 8일(한국시간)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더블-A 모바일 베이베어스전에서 매 이닝 포지션을 바꾸며 총 9개의 포지션을 소화했다.
1루수로 경기를 시작한 레이 장은 2루수-유격수-3루수 순으로 내야를 섭렵했다. 이어 좌익수-중견수-우익수로 포지션을 바꿔 경기에 임했다.
그리고 8회에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홈 플레이트 뒤에 앉았다. 펜사콜라 마무리 잭 와이스와 호흡을 맞춰 8회를 실점 없이 막았다. 레이 장은 "포수가 가장 어려웠다. 타자들이 스윙을 하는 가운데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을 잡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마지막 9회에는 마운드에 올랐다. 성적은 1이닝 무실점. 9개 포지션을 모두 소화하며 실수 없이 경기를 마친 레이 장이었다.
타자로서도 4타수 3안타를 쳤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가 "야구의 마스터였다"고 표현할 정도.
32살인 레이 장은 마이너리그에서만 11년째 뛰고 있는 베테랑이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중견수와 우익수, 포수로만 뛰었다. 펜사콜라는 이미 리그 정상에 올라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상황. 팻 켈리 감독이 레이 장을 위해 마련한 선물이었다. 켈리 감독은 경기 전 "쉬겠냐, 9개 포지션에서 뛰겠냐"라고 물었고, 레이 장은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