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간 경영 공백 상태를 겪은 KT&G가 사장 공모절차를 마무리짓고 본격 심사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벌써부터 사장 후보와 관련해 '낙하산설', '줄대기' 등 구설수가 나오자, 내부에선 관피아 인사를 경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KT&G 사추위는 지난 8일 차기 사장 후보자 접수를 마감하고 9일부터 서류 심사 등 후속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후보 1명을 추천해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이달 내로 최종적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것이 목표다. 경영 공백을 하루 속히 메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장 후보로 등록한 인물 가운데 일부 인사들이 정치권 등의 낙하산설이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공모에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 조세연구원 출신 외부인사와 KT&G 전현직 인사 등 10여명이 사장 공모에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7월말 퇴진한 민영진 전 사장의 선임 때와 달리, 이번 공모에서 헤드헌팅업체인 전문 서치펌 추천 외부인사를 응모토록 하면서 '관피아' 인사를 등용할 수 있게 문을 열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장에 응모한 것으로 알려진 외부 인사로는 손원익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R&D 센터 원장, 이철휘 전 서울신문 사장 등이 있다.
손 원장은 위스콘신대학교 출신으로, 기재부 산하의 조세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종범 경제수석와는 학맥으로, KT&G의 1대 주주인 최광 국민연금공단이사장는 조세연구원이라는 인연이 부각되며 가장 유력한 후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철휘 전 서울신문 사장은 재정경제부 고위관료 출신으로 정부의 측면 지원을 받는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외 KT&G 전직 임원인 이광열, 허업씨, KT&G 현직으로 박정욱 인삼공사 부사장과 백복인 KT&G부사장 등이 사장 공모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KT&G 노조와 내부에선 이러한 하마평으로 인해 낙하산 CEO가 들어와 과거의 공기업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영화 이후 내부 출신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식 경영을 통해 이뤄온 기업 경쟁력과 경영성과과 후퇴할 것이라는 걱정에서다.
특히 낙하산 인사로 인한 기업 경쟁력 저하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KT의 경우 이석채 전 KT 회장 재임 시절, 개별 기준 영업이익이 취임 직전 1조 5678억원(KTF 실적 포함)에서 물러난 해 3100억원으로 80.23% 급감했고, 시가 총액도 이 전 회장 취임 전날의 16조 4572억원(KTF포함)에서 사임일 기준 8조 5284억원으로 48.15%가 줄어 무려 반토막의 시련을 겪은 바 있다.{RELNEWS:right}
반면, KT&G는 민영화한 첫해인 2002년 2조 306억원에서 지난해 4조 1129억원으로 102.5%가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863억에서 1조 1719억원으로 99.9%가 증가했다. 민간 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4배 불린 것으로 내부에선 평가하고 있다.
노조 역시 "담배 산업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한 순간의 그릇된 의사 결정이 자칫 기업의 존립을 넘어 대한민국 담배 주권의 상실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갈 것을 주장했다.
노조는 이에 부합하지 않은 CEO가 추천되었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