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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벗어난 '러너들'의 혹독한 디스토피아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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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로 벗어난 '러너들'의 혹독한 디스토피아 체험기

    [노컷 리뷰] 세상과 존재에 던지는 질문…유토피아로 가는 길, 무엇이 정의인가

    영화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의 스틸컷. (사진=공식홈페이지 캡처)

     

    미로를 벗어난 세상은, 오히려 미로보다 가혹하다. 영화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이하 '메이즈 러너 2')은 한 마디로 '혼란'이다.

    1편과 3편 사이에 놓인 2편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 각종 세력들이 난립한 디스토피아, 그리고 진짜 '정의'를 구분할 수 없는 현실이 그렇다.

    미로를 탈출한 '러너들'은 자신을 구해준 조직에 입성하게 된다. 평화도 잠시, 이들은 곧 해당 조직이 자신들을 미로에 가둔 '위키드'이며 미로에서 빠져나온 이들을 데리고 정체불명의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결국 위키드 탈출에 성공하지만 '스코치'라고 불리는 황폐한 바깥 세계는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러너들은 '플레어 바이러스' 감염자들과 미감염자가 서로 뒤엉켜 살아가는 혼돈의 세계를 헤쳐나가며 위키드에 대항하는 '오른팔 조직'을 찾아 나선다.

    핵심 키워드는 '플레어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좀비와 같은 광인이 되는데, 특별한 치료제는 없다. 감염자에게 물리거나 상처를 받게 되면 100% 감염된다.

    바이러스 감염자들은 생존을 위한 몇 번의 힘겨운 싸움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오히려 위키드보다 '플레어 바이러스'가 더 두려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진짜 '적'은 바로 이 '바이러스'라는 듯이.

    결국 오른팔 조직에 당도한 이들은 스스로의 정체와 자신들을 실험체로 이용하려 한 위키드의 목적을 알게 된다. 역시나 그 중심에도 '플레어 바이러스'가 있다.

    영화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의 스틸컷. (사진=공식홈페이지 캡처)

     

    영화는 '러너들'이 쉴틈없이 달리도록 채찍질한다. 이들은 1편보다 더 위협적인 세상에 떨어져 '오른팔 조직'이라는 목적을 향해 질주한다. 바이러스 감염자가 없는, 마치 '유토피아'와도 같은 곳. '오른팔 조직'은 실존하지만 그래서 더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는 조직이다.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위협은 꽤 다양하다. 자연 재해, 사막 한 가운데 무장 조직, 그리고 플레어 바이러스 감염자들과 위키드까지.

    특히 감염자들은 중요한 '단서'를 강조하는 것처럼 자주 등장한다. 문제는 이들의 외향과 습성이 좀비와 거의 비슷한 모습이라 가끔씩 영화가 '좀비물'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물론 원작이 존재해 큰 변형은 어렵겠지만 예상가능한 모습을 한 바이러스 감염자의 등장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바이러스 감염자들만큼 중요한 인물은 유일한 여성 멤버 '트리사'(카야 스코델라리오 분)다.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트리사의 존재는 거침없이 나아가는 리더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 분)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무슨 목적으로 가는지 혹은 네가 가는 길이 맞는지. 영화는 끝내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한다. 어떤 길이 '정의'인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 방식과 가치관이 다를 뿐, 누구나 유토피아를 꿈꾸기 때문이다.

    미로에서 빠져나와 만난 위키드가 그랬듯이, 오른팔 조직은 완전한 유토피아라고 하기에는 힘든 요소들이 많다. 반대로 위키드가 완전한 '악'인지도 알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상황은 '토마스'가 홀로 설 수밖에 없도록 치닫는다.

    영화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포스터. (사진=공식홈페이지 캡처)

     

    시리즈물이라고 하기에 1편과 2편은 그 깊이가 완전히 다르다. 먼저 미로에서 세상으로 공간이 변하면서 제한적 시간과 그에 따른 긴장 넘치는 스릴은 반감됐다. '거대 괴물'과 '미로 탈출'이라는 공공의 적과 목표 또한 사라졌다. 영화 전반에 걸쳐 위키드가 그 역할을 해내긴 하지만 궁극적인 지점은 아니다.

    대신 감독은 위키드를 피해 세상을 달리는 이들에게 돌파 불가능한 난이도의 생존 미션을 제시한다. 디스토피아를 다룬 많은 영화에서 쓰여 온 방식이라 조금 식상할 지라도, 러너들에게 '왜?'라는 물음을 갖게 하고 해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하기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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