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위원회에서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매년 수백 억 원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순수예술창작지원 프로젝트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관기관인 문화예술위원회가 당선작을 낸 연출가에게 압력을 넣어 지원금을 포기하라고 하고, 특정한 작가에게 지원금이 가지 못하도록 선정결과를 무시하고 지원명단을 조정했다고 합니다.
연극 작품에 최대 2억 6,0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창작산실'은 실연심사가 전제가 될 만큼 까다로운 심사와 큰 지원 금액 때문에 연극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이를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는 5명의 심사위원들을 통해 지난 4월, 8개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문예위가 선정자 가운데 연출자 박근형을 빼달라고 합니다. 심사위원 전원이 반대하자 창작산실 당선작 발표를 미루면서 6월 18일 심사위원 전원을 소집해서 박근형의 작품을 빼지 않으면 11월까지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협박을 하고, 이것을 심사위원들이 거부하자 박 씨를 찾아가 제작 포기를 종용했다는 것입니다.
또 10일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예술위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예술위는 문학 장르별 우수 작품 100편에 1,000만원씩 지원하는 '2015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에서 특정 작가 배제 및 결과 조정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예술위 쪽이 이윤택 등 특정 작가들을 거론하며 "선정 리스트를 줄여 달라", "심사 결과를 조정해 달라"고 했고, 뺄 사람들 명단을 주겠다는 것을 위원들이 거부하자, 지난 7월 이사회를 열어 애초 선정됐던 102명 가운데 32명을 제외한 뒤 70명으로 지원 대상을 축소 선정하는 수정안을 의결했다는 것입니다. 이윤택 극작가는 희곡 분야에서 100점을 받아 1순위였음에도 탈락했습니다.
박근형 연출가는 2년 전 연출한 작품 '개구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극중 인물을 희화화 했다는 것이 이유였고, 이윤택 극작가는 문재인 지지 연설을 했던 것이 이유였다고 합니다. 이것이 예술 활동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까?
이는 사실상 정치 보복입니다. 80년대까지 있었던 사전검열보다 더 폭력적이고 비열한, 자본으로 줄 세우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김소연 평론가의 말처럼 80년대는 악법이라도 만들어서 근거를 삼았지만 이번엔 아무런 근거조차 없습니다. 심사대상작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그 머릿속에 든 생각을 문제 삼은 것이고 과거 행적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예술적 판단이 아닌 외적 판단에 따라, 전문적 심사위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행정 담당자에 의해 당락이 결정된 것입니다. 이는 사실상 독재정권의 행태에 다름 아닙니다.
세금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에서, 더욱이 연극인들의 피와 땀을 모아 만든 문예진흥기금까지 이런 부역과 배임 행위를 통해서 권력의 입맛에 맞게 분배하는 것은 창작의 성장판을 뽑아버리는 범죄행위입니다. 예술가의 이름으로, 상식을 가진 시민의 입장에서, 규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