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노사정 야합은 역대 최악
- 국회에서 제동 걸까? 회의적
- 전화한통 걸어도 '협의'로 보더라
- 협의와 합의는 하늘과 땅 차이
- 한노총, 정부 압력에 굴복한 거 아닌가?
- 진정한 야당이라면 노동자편 들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9월 14일 (월) 오후 7시 1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노사정 타협안 추인 논의를 위한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 정관용> 노사정 대타협, 이번에는 민주노총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이승철 사무부총장 연결합니다. 나와 계시죠?
◆ 이승철> 네, 안녕하십니까? 이승철입니다.
◇ 정관용> 역대 최악의 야합이다, 이렇게 표현하셨죠?
◆ 이승철>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이유는요?
◆ 이승철> 실제로 최악의 야합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노사정 야합이 불러온 재앙은 저희는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는데요. 먼저 일반해고제도를 도입한 것이 첫번째입니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서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되는 사례가 앞으로 비일비재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요. 게다가 이 비정규직을 크게 늘리는 내용도 포함시키고 있어서 현재 2년이 지나면 원래 정규직으로 바꿔 채용하도록 한 것이 기간제법의 내용인데 기간제 노동자를 쓸 수 있는 기간을 4년으로 늘렸고, 또 현재 32개로 제한되어 있는 파견업종도 크게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 정관용> 네, 세 가지라고 하셨는데 또 하나는요?
◆ 이승철> 또 하나는 취업규칙 문제인데요.
◇ 정관용> 임금피크제.
◆ 이승철> 임금피크제에 포함돼 있는 내용인데 사용자가 마음대로 취업규칙을 나쁘게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어줬거든요. 예를 들면 내가 일하면서 얼마를 받을지 또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할지 이런 걸 정하는 게 취업규칙인데, 이것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사용자가 편의에 따라서 바꿀 수 있도록 해 줬다는 점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좀 내용을 조금씩 다 과장하신 걸로 들려요. 먼저 비정규직 기간 2년에서 4년, 이거 확정된 바 없고, 더 논의하기로 한 것이고 파견업종 32개에서 늘리는 문제도 더 논의하기로 했을 뿐이지, 아직 확정된 바가 없지 않습니까? 또 일반해고나 임금피크제 부분도 구체적인 것을 노사가 더 논의해서 한다, 정부가 마음대로 하지 않는다. 다만 방향은 동의하지만 더 협의한다, 이렇게 돼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기준을 다 만들 수 있다. 이건 좀 과장 아닌가요?
◆ 이승철> 글쎄요. 비정규직 관련된 내용에서는 어차피 노사정 간에 합의한다고 법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국회로 넘어가는 과정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런데 다만 이전에 국회에서 진행되어 왔던 노동 관련법의 개정과정들을 보면 실제로 노사정위원회에서 넘어온 내용들이 거의 수정 없이 통과되는 과정들이 가장 많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경험칙에 비춰볼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야합의 내용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죠.
◇ 정관용> 또 제가 뒤에 지적한 일반해고나 임금피크제, 취업규칙 변경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
◆ 이승철> 말씀하신 내용의 핵심이 이제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라는 표현인데요. 사실 협의와 합의라는 게 노사관계의 현실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실제로 전화 한 통 걸어서 이거 어떻게 생각하느냐 의견을 물어봐도 협의로 보는 것이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현실이거든요. 그럼 오죽하면 오늘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협의를 합의로 바꿀 수 없느냐. 그러니까 막판까지 내부에서 논쟁이 될 정도로 협의가 가지는 노사관계에서의 의미는 전무하다고 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정관용> 협의라고 하는 것은 그냥 의견을 들었다 정도로 하고 일방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이 말씀이군요?
◆ 이승철>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한국노총은 왜 이런 야합을 했을까요? 오늘 또 중앙집행위원회도 물론 격론이 있었고 소동은 있었습니다만 통과가 됐거든요. 왜 이런다고 생각하세요?
◆ 이승철> 저희도 참 의아한 부분인데요. 결국은 한국노총이 정부의 전방위 압력에 굴복한 것은 아니냐,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하반기 들어서 8월 6일이었나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시작으로 정부가 노동시장구조개혁을 다시 한 번 좀 밀어붙이기 시작했는데. 또 9월 11일에는 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한 3개 부처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서 한국노총의 백기 항복을 요구했죠. 또 23일에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한국노총 여의도 사무실을 방문해서 다시 한 번 압박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볼 때 정부가 하반기 내에 노동시장구조개혁을 완수하라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서 한국노총의 상당한 압박을 넣은 것으로 보고 있고요. 그 결과가 바로 오늘 일어난 재앙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 압박에 왜 굴복했을까요?
◆ 이승철> 글쎄요. 여러 가지 설들은 많이 있는데요.
◇ 정관용> 어떤 설들이 있습니까?
◆ 이승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 혹은 청와대의 수석 중의 한 분이 한국노총에서 가까운 자리라서 여러 가지 압력을 넣지 않았느냐 설들이 있는데 진실은 한국노총이 알고 있겠죠.
◇ 정관용> 총선 공천 얘기라면 한국노총이 공천을 받는다는 이야기입니까?
◆ 이승철> 한국노총의 경우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새정치민주연합 등 기존 정치권으로부터 공천을 받은 선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예측들이 많습니다.
◇ 정관용> 네, 그러면 물론 그런 시선들이 있다, 이거지 아직 무슨 구체적인 증거가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닌 거죠, 이건?
◆ 이승철> 물론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렇게 해석해 볼 수는 없나요? 정부가 전방위 압박을 가했고 거기에 굴복했다고 표현하셨는데 지금 정부의 태도는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부가 여당하고 일방적으로 기준을 만들어서 밀어붙이겠다는 태세였지 않습니까?
◆ 이승철>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노총이 만약 저항을 해서 노사정 위원회의 타협을 이끌어내지 못하게 되면 지금 여당이 과반수이상의 의석도 가지고 있고 야당이 제대로 못 막아내면 지금 그나마 협의를 하도록 만들어둔 것보다 더 개악될 것을 우려해서 그나마 여기까지 지켰다고 볼 수는 없을까요?
◆ 이승철> 만약에 일부라도 좀 지켜낸 것이 있다면 저희도 그런 긍정적인 평가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데요.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야합의 경우 역대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내용 자체가 일단 엉망입니다. 게다가 국회에서 여당이 강제하는 부분에 관련해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전체 국회의석은 여당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이번 노동관련법의 소관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같은 경우에는 8:8의 구도를 이루고 있거든요.
◇ 정관용> 여야 동수에 야당이 위원장이죠.
◆ 이승철> 네. 따라서 그렇게 쉽게 처리될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더 버텼어야 옳았다, 이건가요?
◆ 이승철> 그렇죠.
◇ 정관용> 민주노총도 오늘 중앙집행위원회를 하셨죠?
◆ 이승철> 네, 맞습니다.
◇ 정관용> 끝났습니까?
◆ 이승철> 아직 진행 중입니다.
◇ 정관용> 뭘 논의합니까?
◆ 이승철> 노사정 위원회에서 발표한 이번 합의를 일단 야합으로 규정하고 야합으로 규정한다면 그러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라는 것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떤 대응책들이 주로 거론되고 있습니까?
◆ 이승철> 회의가 끝나봐야 좀 확정이 될 텐데요. 일단 현재까지 얘기되고 있는 내용은 일단 수요일, 16일 날 저희가 전국에 단일사업장이 2000개 정도 되는데요. 이 정부 단일사업장의 대표자들이 서울에 모여서 대규모 교류대회를 열고요. 그다음 날인 17일에는 전국에 있는 모든 사업장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사업장 내 집회를 열도록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어서 주말인 19일에는 대규모 도심집회를 서울에서 열고요. 추석 연휴 전에 이번 야합에 항의하는 경고파업에 돌입하기로 하고 현재 그 시기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네, 그런데 한국노총이, 물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번 노사정 위원회에도 같이하지는 않았죠. 민주노총은 아예 논의에 참여를 안 하셨으니까. 그런데 노동계가 어쨌든 양분되어서 한 쪽은 지금 합의를 이루어낸 상태라 노동계 투쟁에 동력이 좀 뚝 떨어지지 않을까요?
◆ 이승철> 글쎄요. 필요에 따라서 그동안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한국노총과 상황을 공유하는 이야기들이 오간 정도의 수준의 대화는 있었는데요. 오히려 제조업이나 공공부문에는 양대 노총의 공조가 탄탄히 이어져 왔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한국노총중집에서 야합승인 반대를 끝까지 주장한 조직들도 민주노총과 함께 싸웠던 분들인 것으로 저희가 알고 있거든요.
◇ 정관용> 금속노조나 공공연맹, 이런 쪽이죠.
◆ 이승철> 그렇습니다. 따라서 비록 한국노총과의 소위 중앙조직끼리의 연대는 이뤄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 상황에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지만 그렇게 현장에서 일어나는 공동성의 움직임들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