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시신' 살해 피의자 김일곤(48)이 구속되면서 아직도 규명되지 않는 범행 전후 정황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추가 범행 계획 여부가 경찰 수사의 남은 과제들이다.
◇범행 동기, 행적 등 의문점 여전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9일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모(35·여)씨를 차량째 납치해 끌고 다니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진행한 서울 동부지방법원(이은빈 영장당직 판사)은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조사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경찰은 이번 사건의 남은 의문점을 푸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우선 김씨가 주씨를 납치한 뒤 살해해 시신을 훼손까지 한 동기를 찾는 게 핵심 과제로 꼽힌다.
'차량과 핸드폰을 빼앗으려 했을 뿐'이라는 김씨 주장에 비춰 잔혹한 범행 수법은 쉽게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김씨는 범행 이후 이동경로에 대해서도 진술을 번복한 바 있어 범행을 전후 한 김씨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 역시 남겨진 과제다.
이와 함께 검거 직전 안락사용 약물을 구하려 한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은 특히 김씨가 검거 당시 소지하고 있던 이른바 '28명 살생부 명단'에 적힌 인물들을 상대로 추가 범행을 계획했는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죄책감 없이 추가 살인의사...'살생부' 의도 가려야
앞서 김씨는 이날 영장심사를 받기 전 특정인물에 대한 개인원한을 드러내며 살인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김씨는 법원으로 가기 전 경찰서 현관에서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피해자인데 가해자가 됐다"면서 "A씨를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명단'에 적시된 인물로, 김씨가 지난 5월 영등포경찰서에 폭행혐의로 입건될 당시 상대방으로 조사받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김씨가 차를 몰던 A씨와 차선 문제로 다퉜고, 김씨가 먼저 A씨의 멱살을 잡아 A씨가 방어 차원에서 김씨를 밀게 된 쌍방폭행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목격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김씨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A씨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김씨가 살생부에 적힌 인물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려 한 정황은 파악된 바 없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 당시 소지했던 메모지에 적힌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범행은 없었고 일종의 허무맹랑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가 조사 과정에서 "이것들을 다 죽여야 하는데"라고 중얼거린 데 이어 이날 다시 A씨를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경찰의 추가 수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