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칼럼] 전 장병 특별휴가…절대 '그런 의도'는 아니었을거야

칼럼

    [칼럼] 전 장병 특별휴가…절대 '그런 의도'는 아니었을거야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을 맞아 부사관 이하 모든 국군 장병에게 1박 2일 동안의 특별휴가를 준다"는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들과 청와대의 발표가 60만, 정확히는 56만 병사들에게 전달되는 순간 병영은 환호성이 터지며 술렁거렸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장병들에게 휴가란 꿈에도 그리는 것이다. 사단장도 휴가를 앞두고선 어릴 적 명절을 기다릴 때의 마음이라고 한다. 군에 있는 사람에게 휴가란 그런 것이다.

    그런 휴가를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주겠다고 했으니, 그것도 추석에 맞춰 준다고 했으니 이 어찌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특별휴가 소식을 접한 장병들이 뛸듯이 환호작약했을 것이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군 출신 대통령들도 하지 않은 전 장병 특별휴가라는 발상을 누가 제안했는지 모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결단을 내렸으니 군인들과 가족들은 '감읍'했을 것이다.

    '지난달 DMZ 지뢰 및 포격 도발 사건 때 장병들의 노고와 애국·충성심을 치하하는 뜻' 이라고 하니 장병들은 대통령을 더욱 존경하고 믿게 될 것이다. 아들이 간절히 보고 싶은 부모들도 그런 심정일 것이고.

    남북이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 있던 지난달 23일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에서 육군 다련장 로켓 차량이 비상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그런 의미라면 박 대통령의 통큰 결단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고 어머니와 같은 자상함에 감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50%를 넘으면서 그런 호방한 착상과 결정을 하고 이내 실행할 용기가 솟구친 것 같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특별휴가' 지시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은 일종의 도전이자 천둥벌거숭이처럼 구는 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군 장병에게 휴가란 최상의 선물로 인식되고 있기에 자칫 전 장병과 부모들로부터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씀과 조치가 아무리 선의를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정치적 함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비정치적 행위가 정치적 행위로 오해를 받는 일은 흔하디 흔하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특별휴가 속에 '심모원려'가 숨어 있지나 않을까 싶기도 하고…

    특별휴가로 직·간접적인 수혜를 입는 사람들은 장병 56만 명과 그 가족, 친구 등을 합쳐 어림잡아도 150만 명 남짓이다.

    그들의 투표율은 80~90%를 넘는다. 각 선거구당 4~5천명씩은 된다. 1~2천표로 당락이 갈리는 초접전 지역(19대 총선의 경우 약 20곳)은 절대적이다.

    '특별휴가'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대들의 총선을 겨냥한 것은 결코 아니었으리라고 믿는다. 국사로 하루하루가 바쁜 청와대가 그런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했을 리가 만무하다. 청와대는 언제나 정치와 선거에 초연한다고 말하지 않던가. 기우일 것이다.

    지난 7일 대구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그런데 왜 박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구를 방문했을 때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을 모두 배제시키고 대신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나도는 청와대 비서관들을 대동했을까? 곧이어 인천을 방문했을 때는 여야 의원들을 초청했을까? 두 도시의 방문에서는 비정치적 행위가 정치적 행위로 비춰졌다. 그래서그런지 이번 '특별휴가'도 그런 경우처럼 오버랩된다.

    플라톤은 <국가·정체>에서 "지혜와 절제, 용기로 무장하지 않은 지도자들이란 대부분 대중들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파했다. 2500년 전 말이다.

    어쨌든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는 휴가만한 포상이 없으니까 특별휴가를 주겠다는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런데, 사람은 걸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속성이 있다.

    30~40년 전처럼 1년에 한 번 정기휴가(1주일)를 가고 3년 또는 30여개월 군대생활 도중 한 번쯤 2박 3일의 포상휴가를 가던 시대에, 전화는 불통이고 편지로 서신왕래를 하던 시대에는 휴가가 분명 사기 진작책의 일환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늦어도 3~4개월마다 휴가를 나오고 매일 부모·친구·여자친구와 전화연락이나 문자 통신이 가능하다.

    전직 장성 출신은 "군인들이 사회와 너무 가까이 지내는 바람에 군기가 빠져있고, 사기도 늘 그 모양이라"면서 "지금의 군대로 북한과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기를 먹고 사는 군인에게 1박 2일의 특별휴가가 사기를 진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말이다. 오히려 휴가가 너무 많아 문제라는 인식도 상당하다.

    또한 북한의 목함지뢰에 대한 대처를 잘했다면 그 부대원들이나 사단급을 대상으로 특별휴가를 줘야지 전 장병에게 특별휴가를 주느냐는 딴 소리도 나올 수 있다.

    군대야 말로 신상필벌이 철저해야 하는 곳이다. 정부·여당의 노동개혁도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은 연장자들의 임금을 깎자는 것(임금피크제)에 다름 아니다. 차이를 두자는 조치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