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우리의 날이 올까' 올 시즌 프로농구는 단신 외인 제도를 의욕적으로 부활시켰으나 아직은 그 효과가 미미하다. 사진은 단신 최대어 KCC 안드레 에밋(오른쪽)과 최단신 오리온 조 잭슨.(자료사진=KBL)
'2015-2016 KCC 프로농구'의 가장 큰 특징은 단신 외국인 선수의 부활이다. 외인 2명 중 193cm 이하 선수가 포함돼야 하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는 화려한 공격으로 농구 중흥을 이끌기 위한 김영기 한국농구연맹(KBL) 총재의 야심찬 계획이다. KBL 초창기를 주름잡은 제랄드 워커(전 SBS), 버나드 블런트(전 LG) 등처럼 테크니션들의 묘기로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리그 전체에 활력을 넣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신 외인의 존재는 아직까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모양새다. 여전히 장신 외인이 코트를 주름잡고 있다.
▲여전히 코트 주역은 장신 외인1라운드 중반인 21일까지 각 부문 상위권은 장신 외인의 차지다. 득점 1~10위까지 무려 8명이다. 애런 헤인즈(오리온)가 평균 27.6점으로 단연 1위고, 트로이 길렌워터(LG)가 23.5점, 리오 라이온스(모비스)가 22.8점으로 뒤를 잇는다. 200cm 안팎의 장신들이다.
단신 외인은 안드레 에밋(KCC, 191cm)만이 유일하게 득점 10위에 올랐다. 그나마도 평균 17.75점으로 간신히 10위다. 국내 선수로 분류되는 문태종(오리온)의 17.8점에 살짝 뒤진다. 평균 11점의 코트니 심스(KT)는 205cm의장신으로 공격보다는 리바운드(9.3개) 등 수비가 장점인 선수다.
이는 출전 시간 자체가 많지 않은 까닭이다. 대부분의 팀들이 2명 보유, 1명 출전인 외인 제도에서 장신 선수의 출전을 선호하고 있다. 골밑이 강해야 이기는 농구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LG 맷 볼딘(왼쪽부터)-전자랜드 알파 뱅그라-케이티 마커스 블레이클리.(자료사진=KBL)
단신 선수 중 유일한 드래프트 1라운더 에밋이 경기당 21분29초로 가장 출전 시간이 많다. 나머지 선수들은 10분 안팎이다. 지난 시즌 최고 용병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함께 뛰는 삼성의 또 다른 외인 론 하워드는 출전 시간이 6분6초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장신 외인이 쉴 시간에 나가서 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신 선수가 장신을 수비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후반기 본격화 기대하지만 단신 외인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 출전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빼어난 기량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다 뻑뻑한 경기에 윤활유처럼 흐름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선두 주자는 에밋이다. 미국 프로농구(NBA)를 거친 에밋은 득점 10위지만 평균 20분 남짓의 출전 시간을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다. 또 장신 숲을 헤집는 유려한 돌파와 클러치 능력을 선보인다.
여기에 단신들의 덩크는 상대적으로 더 화끈하다. 마커스 블레이클리(KT, 192.5cm)와 라샤드 제임스(동부, 183.2cm) 등이 이미 엄청난 탄력의 덩크를 꽂았다. 프로-아마 최강전을 달궜던 최단신 조 잭슨(오리온, 180cm)의 덩크도 개봉박두다.
단신 외인의 영향으로만 볼 수는 없겠으나 리그 평균 득점도 올랐다. 올 시즌 20경기 팀당 득점은 79.6점으로 지난 시즌 같은 기간의 75.3점보다 4점 이상 올랐다. 지난 시즌 전체 평균 득점은 74.6점이었다. 김 총재가 강조한 득점 상승의 효과는 일단 있었던 셈이다.
이에 KBL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규정을 손봤다. 당초 4라운드부터 외국인 선수의 2, 3쿼터 동시 출전에서 2라운드부터로 앞당겼다. 다만 3쿼터로 제한했다. 4라운드 이후는 종전 대로 2, 3쿼터 출전이다.
국가대표 차출과 불법 스포츠 도박 출전 보류 등 국내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목적으로 단신 외인들의 출전 시간이 늘어날 계기가 될 수 있다. 출전 시간이 느는 만큼 제 기량을 발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아직은 미미한 존재감의 단신 외인들이 마음껏 코트를 주름잡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