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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에 버려진 '실탄'…경찰은 신고 전까지 '깜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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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물상에 버려진 '실탄'…경찰은 신고 전까지 '깜깜이'

    • 2015-09-23 05:00

    '실탄 불출-탄피 반납' 기본도 지켜지지 않아

    (사진=자료사진)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관리하는 권총 실탄이 고물상에서 발견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은 탄약 입·출고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22일 동대문경찰서가 사격훈련 직후 실탄 35발을 분실했고 결국 고물상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단독]경찰 사격훈련중 실탄 35발 분실…고물상서 발견)

    23일 동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도봉경찰서 사격장에서 실탄 35발이 담긴 탄약 상자가 분실된 것은 지난 4일로 추정된다.

    서울 지역 경찰서들은 권역별로 경찰서를 나눈 뒤 특정 사격장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지난 4일 동대문서는 도봉경찰서 사격장에서 3일째 사격 훈련 중이었다.

    훈련 마지막 날인 이날 동대문서 경찰관 188명이 사격 훈련에 나섰고, 1명당 35발씩 실탄 6580발을 소진했다.

    교육 담당자 3명은 사격이 끝난 뒤 38구경 실탄지급 개수와 반납 탄피 개수를 비교해본 결과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늘 하던 대로 실탄을 담았던 탄약상자를 정리해 쓰레기통에 버렸다.

    하지만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번동에 있는 한 고물상에서 실탄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후 서울지방경찰청이 조사에 나서면서 동대문서는 발칵 뒤집혔다.

    9월 들어 도봉경찰서 사격장을 이용한 곳은 서울 성동경찰서, 동대문서, 도봉서 등 3곳인데, 고물상에서 발견된 실탄이 동대문서 보관용으로 확인된 것.

    이때까지 동대문서는 실탄을 분실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대문서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실탄 개수는 이상이 없었으나 탄피가 36개 부족했다"면서 "사격장에서 실탄을 나눠주고 빈 상자들을 버리는 과정에서 실탄이 든 상자 한 개가 휩쓸려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일선 경찰서는 사격훈련 때 경찰관 수에 맞춰 준비해온 실탄 말고도 불발탄 등을 고려해 여분으로 실탄을 챙기는 데 여분의 실탄상자 한 개가 빈 상자와 섞여 버려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빈 탄약상자를 버리면서 실탄이 있는 지 확인하는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격장에서 모든 실탄과 탄피를 대조하는 기본 작업만 제대로 했어도 실탄을 분실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 "통제관들과 감찰계 직원 일일이 확인 안한다"

    통상 일선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분기별로 사격훈련을 받아야 한다.

    사격훈련에 나선 경찰관은 사로에 들어가기 전에 실탄 35발을 수령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본인 서명을 한다.

    이후 순차적으로 연습사격-속사-완사 순으로 35발을 소진한다.

    사격을 마치면 통제관 통제 아래 실탄을 지급받은 장소로 돌아와 자신이 사격하면서 나온 탄피 35발을 경리계와 감찰계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반납한다.

    해당 탄피가 반납되면 감찰계 직원은 탄피가 지급 실탄 개수에 맞춰 제대로 반납됐다는 확인란에 서명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마쳐야 당일 사격이 종료된다.

    위 사진은 해당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만약 불출 실탄에 비해 반납된 탄피가 한 개라도 모자라면 누군가 한발을 발사하지 않고 실탄을 빼돌렸을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탄피 수색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에는 35발이 무더기로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탄피 반납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못했다.

    실제로 총기관리 업무를 맡았던 한 경찰관은 "사격장 현장에서는 일일이 반납탄피를 점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경찰관은 "사격을 마치고 경찰관이 탄피를 반납할 때마다 감찰관이 한사람씩 확인 서명을 해야하는 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한 열명쯤 탄피를 한꺼번에 받아놓고 '대충 맞겠지'하며 일괄 싸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탄 35발이 없어진 지난 4일 통제관들이 탄피 확인 과정만 제대로 했어도 실탄 35발이 없어진 것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시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실탄이 무더기로 서울 시내 한 고물상까지 흘러들어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동대문경찰서 사격훈련 담당자 등 3명을 상대로 실탄 입·출고 등 관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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