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종운 감독(왼쪽)과 SK 김용희 감독. (사진=롯데 자이언츠/SK 와이번스 제공)
뭔가 이상하다. 이겨야 순위가 오르는 게 정상인데 그렇지 않다. 경기가 없었는데 순위가 오른다. 치열한 순위 다툼이 펼쳐져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서로에게 5위 자리를 떠밀고 있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네가 가라 와일드카드 결정전'이다.
롯데가 6연승으로 5위를 탈환하고, KIA가 바로 뒤를 쫓아왔을 때만 해도 5위 경쟁의 결말이 보이는 듯 했다. 12일에는 롯데, KIA와 7위 SK의 격차가 2경기로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일 SK가 3연승과 함께 5위 자리를 꿰찬 뒤부터 이 이상한 경쟁이 시작됐다.
시작은 21일 SK는 KIA와 경기가 있었고, 롯데는 경기가 없는 날이었다. SK로서는 이기면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 게다가 함께 5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KIA가 상대였다. 그런데 SK는 에이스 김광현을 내고도 KIA에 0-7로 패했다. 순위도 뒤바뀌었다. 경기가 없던 롯데가 다시 선두 자리로 올라섰다.
22일에는 반대였다. 롯데가 두산을 만났고, SK는 쉬었다. 롯데 역시 이기면 5위 경쟁에 한층 힘이 붙는 상황. 하지만 롯데는 5-6으로 졌다. 끝까지 추격했지만, 마지막 1점을 뽑지 못했다. 결국 TV로 지켜보던 SK가 다시 선두가 됐다.
SK는 23일 다시 달아날 기회를 잡았다. 롯데-두산전이 비로 취소되면서 이기면 0.5경기에서 1경기 차로 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SK는 스스로 6위로 내려갔다. 넥센에게 0-10으로 완패했다. 승차는 '0'이 됐고, 승률에서 4모 뒤진 6위로 떨어졌다.
19일부터 5위 자리 주인은 롯데-SK-롯데-SK-롯데로 하루마다 바뀌고 있다. 5위 자리를 하루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시 기회 얻은 KIA, 한화롯데, SK가 번갈아 패하면서 5위 자리를 서로에게 떠밀고 있는 가운데 KIA와 한화는 다시 5위에 도전할 힘이 생겼다. 20일까지 5위 SK와 7위 KIA의 격차는 1.5경기. 8위 한화는 2.5경기나 벌어져 있었다. 특히 한화는 힘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한화가 21~23일 사흘을 내리 쉬는 동안 롯데, SK의 이상한 경쟁 속에 5위 롯데와 8위 한화의 격차가 1.5경기로 좁혀졌다. 한화는 24일도 경기가 없다. 최근 같이 서로 5위 떠밀기를 한다면 5위와 한화의 격차는 더 좁혀진다.
KIA도 사흘 동안 1승1패를 거뒀지만, 5위 롯데와 격차가 0.5경기로 줄어드는 선물을 받았다. 게다가 KIA는 잔여 경기가 가장 많다. 스스로 5위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