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과 함께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노벨위원회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노벨상 수상 일정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다음 달 5일 의학·생리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6일), 화학상(7일), 평화상(9일), 경제학상(12일) 등의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특히 많은 관심이 쏠리는 노벨문학상 발표 일정은 아직 공지되지 않았다. 하지만 통상 문학상은 목요일에 발표하는 것을 고려하면 8일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는 우크라이나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부상했다.
알렉시예비치는 25일 현재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에서 배당률 5대1로 올해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점쳐졌다.
알렉시예비치는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다. 그가 창시한 '목소리 소설'이라는 새 장르는 그의 전직에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작가는 수년간 수백 명의 사람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논픽션 형식으로 쓰면서도 소설처럼 강렬한 매력이 있는, 말하자면 '다큐멘터리 산문'을 쓰는 작가다.
대표작으로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을 담은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새잎)가 있고 또 다른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문학동네)가 다음 달에 국내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매년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배당률 6대1로 2위에 올랐다.
한국에서 '하루키 열풍'을 일으킨 것은 물론 영미권에서도 두루 읽히는 작품을 여러 편 쓴 하루키가 만약 올해 수상자로 결정되면 일본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1994년 오에 겐자부로에 이어 세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된다.
하지만 2012년에 중국의 모옌이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만큼 올해는 아시아권을 비켜 갈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다.
3위에는 케냐 소설가인 응구기 와 시옹오(7대1)가 올라 있다. 응구기 와 시옹오는 한국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는 대표작 '한 톨의 밀알'(들녘)이 소개돼 있다.
미국 현대문학 대표 작가 필립 로스(8대1)는 4위, 조이스 캐럴 오츠(12대1)는 5위였다.
한국의 고은 시인은 배당률 20대1로 공동 8위에 자리했다. 이는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25대1),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33대1)보다도 높은 자리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노벨문학상은 작품 자체의 우수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국가의 인지도, 작가의 사회 참여, 세계 평화 공헌 등 작품 외 요인도 영향을 준다"며 "아시아 작가에게 수상의 기회가 돌아온다면 독재 정권에 저항하고 불교에 몸담은 경험이 있는 고은 시인이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