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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의 연기법…"군인을 군인이라 여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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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경구의 연기법…"군인을 군인이라 여기지 않고"

    [노컷 인터뷰] 영화 '서부전선'으로 관객과 재회…"권력 쥔 캐릭터에 매력 못 느껴"

    배우 설경구(사진=황진환 기자)

     

    최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마주한 설경구(48)는 몸무게를 크게 줄여 다소 날카로운 인상을 풍겼다. 작가 김영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차기작 '살인자의 기억법'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68㎏까지 뺐어요. 전작 '오아시스'(2002) 찍을 때 이후 처음입니다. 캐릭터 아니면 살 안 뺐죠. 제가 맡은 연쇄살인마 캐릭터가 건조했으면 했는데, '살을 빼 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필요하겠다 싶어 동의했죠."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서부전선'은 살인자의 기억법과는 정반대였다고 한다. "배경이 전쟁통인데도 다 챙겨 먹으면서 편하게 했다"는 것이 설경구의 설명이다. 그는 "서부전선이 정통 전쟁영화였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1950년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마흔 넘은 나이에 입대영장을 받은 뒤 농사 짓다 끌려온 남복 역을 맡았다. 남복은 갓 태어난 아기 얼굴도 보지 못하고 전쟁터에 끌려왔다. 그가 오매불망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 집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영화에 끌린 이유로 설경구는 "진정한 군인이라고 할 수 없는 캐릭터에 있다"고 전했다.

    "영화 속 남복과 북한군 영광(여진구)은 군복만 입은 채 전쟁터에 던져진 상태예요. 그리 비장하지 않은 시나리오의 분위기가 좋았죠. 무기를 가졌지만,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 두 주인공이ㅡ 모습에서 씁쓸함도 느꼈어요. '군인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럴 수 있다고 봐요. 훈련되지 않은 사람이 전쟁통에 던져졌을 때 바보 같은 행동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진심일 테니까요."

     

    설경구는 남복을 두고 "단순하다는 점에서 저와 닮아 쉽고 편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남복은 이념도, 무엇도 몰라요. 오로지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뿐이죠. 농사꾼에게 군복을 입혔으니 총도 총이 아니라 작대기인 셈이죠. 그래서 저는 남복은 군인이 아니라고 여겼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편하더라군요. 그래서일까, 남복의 감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공감했죠."

    공교롭게도 그의 직전작인 '나의 독재자'(2014) 역시 서부전선과 마찬가지로 남북 분단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소재에 특별한 끌림이 있는 것일까.

    "남북 문제를 다룬 영화에 특별하게 끌리는 면은 없었어요. 나의 독재자는 연기에 대한 욕심이 강했죠. 오랜만에 고민하면서, 숙제하는 기분으로 연기했던 영화입니다. 서부전선은 오락영화로서 기능이 있다고 봤던 만큼, 캐릭터 욕심보다는 일상 대사를 쓰는 맛이 있었죠. 상황이 재밌었어요."

    설경구는 나이 50을 바라보는 자신에 대해 "아슬아슬하게 잘 온 것 같다"는 표현을 썼다. 흥미롭게도 '박하사탕'(2000)부터 나의 독재자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는 동시대인이 겪는 문제를 외면하지 않아 온 행보를 보인다.

    "책임감, 사명감 같은 건 절대로 없었어요. 특별한 궤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도요. 일이라고 생각했죠.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직업 말입니다. 다만 소시민 캐릭터에 눈이 가는 건 있죠. '공공의 적 2'(2005)에서 검사 역할 맡았을 때 너무 힘들었어요. (웃음)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었죠. 권력을 가진 캐릭터는 매력이 없어 보여요."

    그는 자신이 맡았던 캐릭터 가운데 "가장 재밌었던 것은 '공공의 적'(2002)의 강철중, 가장 강렬했던 것은 박하사탕의 영호였다"고 했다.

    "강철중은 뭔가 해소하면서 연기를 했어요. 반면 박하사탕과 오아시스는 머리에 타박상을 입은 것처럼 무거웠죠. 박하사탕, 오아시스를 찍으면서는 그날 그날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면서도 '어떤 작품이 나올까' 고민했어요. 현장이 치열했던 만큼 즐기면서 할 수 없었죠. 정말 힘든데, 뭔가 쌓이는 쾌감이 있어요. 이창동 감독님과는 진심으로 한 번 더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배우 설경구(사진=황진환 기자)

     

    설경구는 연기하면서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뭔가 끌어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편하게 연기를 하게 되니까요. 감독님이 개입을 해서 다른 캐릭터를 끄집어내 주기를 항상 바라죠. 그렇게 될 경우 결과물도 좋았던 것 같아요. 전작 오아시스와 공공의 적이 그랬어요. 박하사탕으로 데뷔한 이래 어떤 연기를 해도 겹치는 기분이었는데, 그것을 깨 준 것이 오아시스와 공공의 적이었으니까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감독에게 달려가 "이런 것 한 번 해보자"는 말을 못 던진다는 설경구다. "그나마 지금은 나아졌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저는 기분이 안 좋으면 안 좋은 게, 불편하면 불편한 게 다 드러나는 스타일이에요. 성격이 그래요. 무명 시절 때도 제 발로 찾아가서 오디션을 본 적이 없었죠. 선후배, 동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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