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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비박 '공천 내전', 그들은 어떻게 싸우게 됐나

국회/정당

    친박-비박 '공천 내전', 그들은 어떻게 싸우게 됐나

     

    지난달 28일 여야 대표 부산 회동의 산물인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여당 내 계파간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의 공세에 청와대까지 가세하자 김무성 대표가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전면전 불사를 선언했다. 새누리당 공천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 모르는 격랑이 휘몰아치고 있다.

    ◇ 서전(緖戰)…친박의 '김무성 흔들기'

    새누리당 내전의 조짐은 김무성 대표의 개인사로부터 감지됐다. 김 대표 사위의 마약 투약 사실이 언론 보도와 김 대표의 회견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곧바로 친박 핵심이자 청와대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의 입에서 '김무성 대선후보 난망론'과 '친박 후보론'이 나왔고, 이는 친박의 '김무성 흔들기'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친박은 이어 본 타겟인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야당과의 합의가 불가능하니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때마침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행과 관련해 대구의원 물갈이설도 불거져 나왔다.

    여기에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까지 나서 "정치생명을 걸고 관철하겠다고 말한 것을 포함해 김 대표의 입장을 분명히 들을 때가 왔다", "국정감사 뒤에 제3의 공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대표는 수세에 몰렸다. 그리고 반전을 노렸다. 그 카드는 야당 대표와의 담판 회동이었다.

    ◇ 김무성의 역습…부산 회동

    원유철 원내대표가 내년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문제로 30일 당 의원총회를 소집하면서 김 대표는 급해졌다. 당장 의총에서 친박들이 국민공천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이에 김 대표는 여야 대표 회동을 추진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추석연휴 직전 비밀 사전접촉을 거쳐 28일 부산에서 전격 단독회동을 갖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라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으로 떠나는 박 대통령을 공항에서 배웅하지도 않고 "전략공천은 단 1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마이웨이의 구체적 역습카드였다.

    ◇ 친박의 재공격, 청와대 참전

    여야 대표 회동의 산물인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친박은 '전화 오픈프라이머리'라고 깎아내렸다. '김 대표가 조급증에 못이겨 야당의 프레임에 말려들었다'는 혹평도 나왔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포기 선언을 하라"고 공격했고 윤상현 의원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휴대폰 공천제로 실패한 친노 룰"이라고 일축했다.

    급기야는 청와대까지 가세했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공급자 우위의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역선택 및 민심왜곡, 조직선거 등 우려사항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뉴욕에 있던 박 대통령의 '뒤를 찔렀다'며 당 대표 자질론까지 거론했다.

    친박이 아닌 청와대가 김무성 흔들기의 주체로 직접 나선 것이다.

    이에 김 대표는 "야당 제안을 수용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며 다른 안"이라면서 "안심번호는 이미 당에서 시행했고 정치개혁특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단순한 기법상의 문제는 청와대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 비박의 반격…대선공약 반대 명분 있나

    비박(비박근혜)계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 대표의 측근인 재선 김성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정치공약 1호가 국민공천제 법제화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통령 측근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대통령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자는 입장을 잘못됐다고 하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가자는 건지 납득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은 "많은 반성의 결과로 이제는 공천을 갖고 권력을 행사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지역주민이 원하는 사람을 공천하려면 국민공천제를 해야하는데 그 방법 중 하나로 안심번호를 하자는 거니까 특별히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의원은 당초 미국식(현장투표식) 오픈프라이머리가 좌절된 데 따른 김무성 책임론에 대해서도 "사과할 성질이 아니며 진행 중이고 논의 중인데 책임지고 자시고 할 게 있나"라고 반문했다.

    ◇ 김무성, 전면전 불사 선언

    친박-비박 내전의 1차 분수령으로 여겨진 30일 의원총회는 당내에 예상치 못한 충격파를 던졌다.

    김 대표는 의총에서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고비용, 저투표, 동원선거 등 현장투표식 오픈프라이머리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이상적인 대안"이라는 자부와 함께였다.

    그러면서 작심한 듯 친박과 청와대에 직접 날을 세웠다.

    "인신공격 하지마라.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느냐, 오늘까지만 참겠다"며 흥분했는데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박의 전략공천 불가피론에 대해서도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고 결기를 보였다.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자신의 선언대로 여기서 패배하면 정치적 미래는 없다는 판단 아래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관측이다.

    ◇ 1차전 승자는? 서로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

    새누리당은 이날 의총에서 '안심번호형 국민공천제'를 추인하지 못하고 공천제 실현을 위한 특별기구 설치에 합의했다.

    이를 두고 두 진영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승자들만 있고 패자는 없는 전투가 됐다.

    친박에서는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포기를 공식 선언하고 대안 요구를 받아들여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 대표가 손을 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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