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스무 돌을 맞이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75개국의 초청작 304편을 상영한다. (사진=황진환 기자)
때 아닌 비바람도 2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의 열기를 이길 수는 없었다.
사회자는 아시아 변방의 여배우가, 개막작은 인도 독립영화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 선정됐다. 영화의 바다가 더 넓어지길 원하는 BIFF의 바람이 투영된 결과다.
1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수영강변대로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객석은 우비를 입은 관중들로 꽉 채워졌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제 20회 BIFF 개막식을 찾은 이들이었다.
호스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와 아프가니스탄 여배우 마리나 골바하리.
마리나 골바하리와 부산국제영화제의 인연은 특별하다. 12년 전, 열한 살 소녀였던 그는 데뷔작 '오사마'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했다. 탈레반에 의해 고통받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모습을 그린 이 영화로, 마리나 골바하리는 배우로서 평범치 않은 첫 걸음을 뗐다.
송강호는 "2001년에 이어 두 번째 개막식 사회를 맡게 되어 큰 영광이다. 한동안 배우로서 영화제에 참가하다 사회자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사람은 서로의 대표작들을 언급하며 덕담을 주고 받았다.
송강호는 마리나 골바하리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분과 함께 사회를 맡게 되어 이 자리가 매우 기대된다. (마리나 골바하리 씨가) 영화 '오사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고 이야기했다.
마리나 골바하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와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다. 영화 '설국열차'를 통해 송강호 씨를 알게 됐는데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더라"고 화답했다.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그 동안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영화 팬들과 부산 시민들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아시아를 뛰어넘는 국제영화제로 설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진 개막공연은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과 성악가 조수미가 화려하게 수놓았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은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전통 공연 '화혼지무'를 선보였고, 조수미는 국립부산국악원의 연주에 맞춰 '아리아리랑'을 장엄하게 열창했다.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갈채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날 시상한 한국영화공로상과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에는 각기 빌란트 쉬펙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집행위원장, 지브리 스튜디오가 선정됐다.
세계 각국의 유명 영화인들도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 김태용 감독, 대만 실비아 창 감독, 인도 아누락 카시압 프로듀서, 미국 영화평론가 스테파니 자카렉, 독일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 등은 이번 영화제 뉴 커런츠상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게 된다.
마지막 순서는 개막작 '주바안' 감독과 배우 그리고 두 명의 집행위원장이 장식했다. 집행위원장인 배우 강수연의 소개로 무대 위에 오른 '주바안' 감독과 배우들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소감과 심경을 이야기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메가폰을 잡은 모제즈 싱 감독을 소개하며 "빈민 출신의 딜셰르와 대기업 총수 굴차란이란 인물의 대비를 통해 삶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두 인물의 갈등 해결 과정을 통해 인간의 양면성을 조명하는 등 절묘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제 20회 BIFF는 오는 10월 1일부터 10월 10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며 75개국 304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6개 극장과 35개 스크린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