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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 손승락, 사라진 기백은 돌아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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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회생' 손승락, 사라진 기백은 돌아올 것인가

    '끝내긴 했는데...'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1일 한화와 홈 경기에서 4-1로 앞선 9회 등판해 3피안타 1볼넷 2실점한 뒤 간신히 경기를 끝낸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목동=넥센 히어로즈)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한화의 시즌 최종전이 열린 1일 목동구장. 치열한 접전 끝에 넥센이 4-3 신승을 거두고 3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경기 후 염경엽 넥센 감독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4-1 낙승이 예상되던 9회 등판한 마무리 손승락이 또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손승락은 1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며 2실점했다. 4-2로 추격당한 2사 2, 3루에서 최진행에게 1타점 내야 안타를 맞고 1점 차까지 쫓겼다. 상대 2루 주자 정근우가 주루코치의 사인에 따라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하다 협살에 걸려 횡사하지 않았다면 위기가 이어질 뻔했다.

    "쫄깃쫄깃한 경기였다"는 취재진의 말에 염 감독은 머리를 뒤로 젖히면서 "(당사자인) 나는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농담기가 다분히 섞였지만 속이 시커멓게 탔을 심경이 읽혔다.

    ▲필승 계투의 볼넷은 치명적이다

    염 감독이 아쉬워 하는 것은 손승락이 내준 안타 때문이 아니다. 9회 이성열에게 내준 볼넷 때문이다. 공격적인 투구가 아닌 도망가는 투구를 펼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손승락은 9회 선두 대타 한상훈을 외야 뜬공으로 처리한 뒤 후속 대타 강경학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다. 이후 한화가 다시 낸 대타 이성열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은 유리한 카운트였기에 더 아쉬웠다. 3구째 높은 볼과 4구째 원바운드 볼은 유인구였다 쳐도 볼 카운트 2-2에서는 승부를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2에서 손승락의 직구는 몸쪽 낮게 살짝 빠졌다. 더그아웃에서 염 감독은 승부를 하라고 사인을 보냈지만 손승락의 6구째 변화구는 더 낮게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염 감독은 마운드로 올라가 손승락에게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장타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면서 "공격적으로 붙으라"고 주문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어려워진 뒤였다. 타격감이 최고조에 이른 정근우 앞에 득점권을 만들어준 것 자체가 화근이었다. 경기 후 염 감독은 "이성열에게는 '홈런을 맞아도 4-3, 1점 차 리드'라는 생각으로 갔어야 했다"면서 "그런데 볼넷을 내주면서 1, 2루 기회를 줘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수호신 살린 진짜 수호신' 넥센 유격수 김하성(오른쪽)이 1일 한화와 홈 경기에서 9회 주루코치의 실수로 홈까지 쇄도한 상대 2루 주자 정근우를 협살시키고 있다. 이 아웃으로 넥센은 극적으로 4-3 승리를 지켰다.(목동=넥센)

     

    염 감독의 분석은 비단 목동 경기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후 염 감독은 감독실에서 8회가 진행 중이던 SK-두산의 문학 경기를 TV로 관전했다. 1-1로 팽팽히 맞선 8회 SK가 두산에 결승점을 내준 상황이었다.

    SK는 호투하던 선발 김광현이 2사 후 허경민에게 안타를 맞자 필승 계투 윤길현을 투입했다. 윤길현은 그러나 후속 2번 박건우를 풀 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후 두산 3번 타자 민병헌이 유격수 쪽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염 감독은 "쉽지 않았겠지만 박건우와 승부를 했어야 했다"면서 "볼넷을 내준 게 결국은 결승점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SK는 결국 1-2로 졌다.

    ▲정면승부, 그 참된 의미는?

    손승락은 한 달 전인 9월2일 LG와 홈 경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9-5로 앞선 9회 등판,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5피안타 3실점 부진을 보였다. 이후 김대우가 승리를 지켜주긴 했지만 염 감독은 손승락을 1군에서 제외했다. '읍참마속'의 심정이었다.

    당시 염 감독의 진단은 손승락이 너무 우직하게 승부를 한다는 것이었다. 염 감독은 "정면승부란 꼭 가운데로 공을 넣는 게 아니라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찔러 타자들의 파울이나 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직구 하나만으로 정직하게 승부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복귀한 손승락은 6경기에서 1승1세이브를 거뒀다. 9월21일 NC전 1이닝 1실점을 빼면 5경기에서 무실점이었다. 하지만 1일 한화전에서 4-1, 넉넉한 리드에도 다시 불안감을 노출했다.

    이날의 문제점은 너무 존을 넓게 쓰려다 공격성이 무뎌진 것이었다. 여전히 손승락의 구위는 빼어나지만 자신감이 결여됐다면 볼넷이거나 맞아나간다. 반대로 제구와 경계심 없이 정직한 승부도 위험하다. 자신감과 긴장의 조절이 필요하다.

    지난해 삼성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회말 만루 위기를 무사히 넘긴 뒤 격한 세리머니로 팬들의 환호를 이끌고 있는 넥센 손승락의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손승락은 국내 정상급 마무리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이자 2010년까지 통산 세 번째 세이브왕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는 혼신의 역투를 펼쳐 박수를 받았다. 비록 5차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았지만 기백 넘치는 투구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날 세이브를 추가하며 손승락은 시즌 23개째(4승6패)를 올렸다. 그러나 평균자책점(ERA)은 3.62에서 3.86으로 높아졌다. 6블론세이브는 권혁(한화)의 8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무엇보다 지난해 보여준 기백이 사라진 듯한 모양새다. 가을야구를 앞두고 손승락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한 염갈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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