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
"식용유 열 통을 들여오면 네 통은 무조건 먼저 빼돌리고, 나머지 여섯 통으로 새카매질 때까지 반복해서 사용했다"
이 처럼 충격적인 사실은 지난 5월부터 실시된 서울 충암중·고교에 대한 급식회계 부정 의혹 사건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조리원 등으로부터 확인한 내용이다.
학교 측은 빼돌리고 남은 식용유를 새카매질 때까지 몇 번이고 사용했으며, 더러운 기름으로 튀긴 음식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제공됐다.
학교측은 종이컵과 수세미 등 소모품을 허위로 과다청구하고, 식용유를 재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 1억5367만원에 달하는 식자재 비용을 횡령했다.
조리원들은 조리 업무 외에도 조리실에서 교실로 배송업무까지 맡는 바람에 조리시간이 부족해 조리 시간이 적게 걸리는 튀김요리를 많이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시설이 낙후된 이 학교는 급식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학생들이 교실에서 급식을 하고 있다.
학교측은 지난 2011년부터 조리실에서 교실로 급식을 배송하는 업무를 K 용역업체에 위탁하면서 배송 담당 용업업체 직원수를 10명으로 부풀리는 방법으로 서류를 조작해 최소 2억 5668만원을 횡령했다.
급식회계 부정 운용으로 충암고 전 교장 P씨(현 충암중 교장)와 충암중·고교 공동 행정실장 L씨 등이 빼돌린 액수는 4억1035만원에 이른다.
충암중고는 또 식자재 납품 업체 직원을 학교급식 담당 직원으로 채용해 식자재 구매 관련 불법 입찰 및 부당 수의계약을 체결하도록 배임했다.
또 주요 식자재 납품 업체인 L상회(농산물), M유통(공산품), N마트(소모품)는 배송 용역업체와 같은 소재지의 업체로, 직영급식을 위장해 편법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K급식 배송 용역업체는 아버지가, M유통 및 N마트는 아들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암고는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에게 급식비 납부를 독촉하는 등의 비도덕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충암고 교감 K씨는 지난 4월 점심 급식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3월분 급식비 납부 현황을 확인하며 "급식비를 내지 않았으면 먹지 마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져 교육청이 학생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해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K씨는 이번 급식 부정에는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충암학원은 비리 의혹을 교육청에 제기한 공익 제보자를 탄압하려 한 사실도 확인됐다.
교육청이 본격 감사에 착수하자 학교 측은 급식비리 의혹을 교육청에 제보한 교사 C씨를 내부 고발자로 지목해 파면이나 해임의 중징계를 추진하려 했다. 교육청은 이에 징계절차 중지 요청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충암중고는 교육청의 급식 위생평가에서 매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데도 급식만족도 조사 뒤 개선계획을 세우지 않고 급식기호도 조사는 아예 실시조차 하지 않는 등 급식을 총체적으로 부실운영했다고 교육청은 설명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4일 "충암고 전 교장 P씨와 행정실장 L씨, 충암학원 전 이사장 L씨, 용역업체 직원 등 15명을 횡령 및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 서부지검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P씨와 행정실장 L씨 등 2명에 대해서는 파면을, 충암고 교감 K씨 등 5명에 대해서는 경고를 주도록 학교법인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