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치열했던 5위 경쟁의 최종 승자는 결국 SK가 됐다. 지난 3일 69승2무73패로 시즌을 마친 SK는 4일 KIA가 두산에 패하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티켓을 손에 넣었다.
사실 SK는 시즌 전까지 우승 후보로 꼽혔다.
지난해 후반기 활약한 외국인 투수 트래비스 밴와트와 재계약했고, 메릴 켈리, 앤드류 브라운도 수준급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FA 최정, 김강민도 잔류시키면서 탄탄한 전력을 자랑했다. 5월 중순까지는 선두권에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김강민은 시범 경기에서 쓰러졌고, 최정 역시 부상으로 계속 라인업을 들락날락했다. 덩달아 박정권도 슬럼프에 빠졌다. 브라운 혼자 차포 뗀 중심 타선을 이끌기에는 힘이 달렸다.
8월까지 115경기를 치르는 동안 53승2무60패, 7위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타격 부진이 심각했다. 김강민, 최정이 정상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점수를 내기가 어려웠다. 8월까지 팀 타율은 2할6푼8리로 8위. 팀 홈런 역시 104개로 8위였다.
그런 SK 타선이 9월 들어 확 달라졌다. 9~10월 팀 타율은 2할9푼으로 5위. 하지만 장타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41개의 홈런을 쳐내면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 한 달에 평균 20개 정도 치던 홈런을 두 배로 때렸다.
그 중심에는 정의윤이 있었다. 7월 3대3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은 정의윤은 8월 2할6푼9리, 홈런 4개의 적응기를 거쳐 9월 이후 4할6리, 홈런 9개를 기록했다. 덕부넹 생애 첫 월간 MVP까지 수상했다.
고무적인 것은 정의윤이 4번 타순에 자리를 잡자 나머지 타자들도 살아났다는 점이다. 김용희 감독도 "정의윤이 터지면서 시너지 효과로 쳐야 할 타자들이 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정권이 홈런 7개, 이재원이 4개, 정상호와 브라운이 3개를 날렸다. 중심 타선에서는 쉬어갈 틈이 없다.
상승세는 하위 타선으로도 연결됐다. 9월 이후 김성현이 2개, 이명기가 2개, 이대수가 2개씩 홈런을 기록했다. 김성현의 올해 홈런은 8개, 이명기는 3개, 이대수는 2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