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5일 타결되면서 이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에 미칠 경제적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 그간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집중하면서 무역 영토를 넓혀왔지만, 세계 최대 무역협정인 TPP 참여 시기를 놓치면서 일본 등 주변국과 비교해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TPP 참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밑 작업을 진행해온 정부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가입에 따른 국내 산업 영향력을 따져본 뒤 협상 절차에 나설 전망이다.
◇ FTA 집중했던 한국, 日에 밀려 수출 타격 우려
무역장벽 철폐를 통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TPP는 2005년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등 4개국 사이에 체결됐다.
여기에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페루, 말레이시아까지 총 12개국이 TPP 확대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들 국가의 경제 규모를 더하면 세계 전체의 약 40%에 이를 정도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 다수 포함돼 있어 한국도
TPP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껏 TPP가 아닌 양자 간 FTA 체결에 집중해왔다.
한미 FTA를 통해 미국 시장을 선점했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도 시장을 개방하는 성과를 거뒀다.
게다가 한국은 TPP 참여국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하고 미국·호주·칠레 등 상당수 국가와 이미 FTA를 체결해둔 상태여서 굳이 TPP에 발을 들이지 않아도 큰 타격이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전자·기계 등 우리와 주력분야가 겹치는 일본이 TPP 회원국 내에서 점차 영향력을 키워간다면 한국의 입지는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2013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TPP 참여 시 협정 발효 10년 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7∼1.8% 증가하지만, 불참 시에는 0.12%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TPP 참여 시 연간 2억∼3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이 예상되지만, 불참 시에는 제조업분야에서만 1억 달러 이상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 정부가 결국에는 TPP 참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필리핀 등 상당수 국가가 앞으로 합류를 시도하게 된다면 TPP 가입에 '실기'한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갈 수밖에 없다.
◇ 정부, TPP 참여 움직임 빨라질 듯
TPP 타결에 따라 우리 정부 측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TPP 참여 의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왔지만, TPP 참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다.
민간과 함께 'TPP 전략포럼'을 구성해 TPP 협상의 진행상황을 파악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 등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TPP 참여와 관련해 협상 참여 선언을 먼저 할 것인지, 정식 출범 후 가입 협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인지 검토해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4월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TPP 협상 타결 뒤 가입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TPP 가입 시점 등에 대해 정부 측이 처음으로 공식 언급한 것이었다.
최 부총리는 "미국도 이를 환영하다는 입장"이라며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가입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도 같은 달 주한 호주대사관 무역대표부 주최의 오찬에서 양국이 TPP 등 역내 경제통합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호주는 TPP에 참여한 12개국 중 하나다.
만약 정부가 TPP 참여를 결정하면 통상절차법에 따라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에 보고하는 등 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