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케이티의 블레이클리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KBL)
프로농구 부산 케이티의 단신 외국인선수 마커스 블레이클리(192.5cm)가 외국인선수 동시 출전이 허용되자마자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8일 오후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부산 케이티와 전주 KCC의 정규리그 2라운드 맞대결. 농구 팬들은 이 경기를 주목했다. 2라운드부터는 3쿼터에 한해 외국인선수 2명의 동시 출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KCC는 개인기가 뛰어나고 농구 이해도가 높은 리카르도 포웰과 안드레 에밋을 보유했다. 동시 출전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볼 팀으로 예상됐다. 케이티도 만만치는 않았다. 국내 선수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코트니 심스와 블레이클리의 동시 투입에 기대를 걸었다.
먼저 웃은 팀은 케이티였다.
케이티는 전반에만 15점을 몰아넣은 이재도의 활약에 힘입어 2쿼터까지 44-27로 앞섰다. 3쿼터가 중요했다. KCC는 반격을 노렸고 케이티는 어떻게든 지켜야 했다. 1라운드에서 드러난 케이티의 불안한 전력을 감안하면 우려도 적잖았다.
블레이클리가 있어 우려는 기우가 됐다.
케이티는 3쿼터 10분 동안 KCC를 27-21로 압도해 오히려 점수차를 벌렸다. 심스가 16점을 몰아넣었다. 그러나 3쿼터의 주인공은 심스가 아니었다. 블레이클리였다.
블레이클리는 3쿼터에서 7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재도와 볼 핸들러의 역할을 나누며 공격을 주도했다. 블레이클리가 골밑을 파고들어 심스에게 내주는 절묘한 패스에 KCC 수비진은 무너졌다. 블레이클리가 이끄는 속공의 위력은 심스 혹은 블레이클리 혼자 뛸 때와 비교하면 파괴력 자체가 달랐다.
또 케이티는 그동안 '심스 활용법'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블레이클리는 그 방법을 잘 알고있는듯 보였다. 연습 때부터 호흡이 좋았던 두 선수다. 케이티의 고민을 블레이클리가 풀어줬고 또 보여줬다.
블레이클리는 1라운드 9경기에서 평균 16분을 뛰는 데 그쳤다. 센터 심스가 코트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았다. 블레이클리는 평균 9.3점, 6.9리바운드, 2.2어시스트를 올렸다. 출전시간 대비 생산력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기량을 발휘할 시간이 부족했다.
블레이클리는 이날 공수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키는 작아도 파워포워드 수비가 가능한 블레이클리의 특징은 외국인선수 2명이 동시에 뛰는 3쿼터에 빛을 발했다.
반면, KCC는 하승진과 포웰, 에밋이 함께 뛰는 동안 에밋에게서 파생되는 미스매치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하승진이 빠지면 포웰, 에밋의 높이로는 심스와 블레이클리를 막기가 버거웠다.
케이티는 KCC의 6연승을 저지하며 89-59로 승리했다. 3연패 늪에서 벗어난 케이티는 시즌 전적 4승6패를 기록했다. KCC는 6승4패가 됐다.
블레이클리는 13점 12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케이티는 3쿼터를 지배한 블레이클리를 4쿼터에서도 계속 기용해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심스는 25점 12리바운드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