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잡으려고 했을 뿐이라니까요' 두산 오재원(왼쪽)이 11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8회 수비 도중 서건창의 번트를 아웃시키는 과정에서 갈등이 벌어지자 글러브를 들고 항변하는 모습.(자료사진=두산)
연이틀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넥센의 준플레이오프. 승부 못지 않게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부분은 각 팀 야수들의 포구 논란이다.
2차전에서 두 팀은 한번씩 논란이 될 만한 포구 장면이 있었다. 상대 주자의 진로를 원천적으로 막아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큰 화제가 된 것은 역시 8회 두산 2루수 오재원의 동작이다. 8회 무사 1, 2루에서 넥센 서건창의 희생번트 때 오재원은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왔다. 그러나 두 다리 모두 깊숙하게 들어와 1루를 완전히 막아서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1루로 뛰던 서건창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줄여야 했다. 3루수 허경민의 송구도 2루가 아닌 1루 관중석 쪽으로 치우쳐 포구하려던 오재원과 달려오던 서건창이 부딪힐 뻔했다. 다행히 오재원도 송구를 잡은 뒤 곧바로 발을 빼고 몸을 피하는 동작을 취하면서 접촉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하마터면 큰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더욱이 서건창은 지난 4월9일 바로 잠실 두산 원정에서 비슷한 상황에서 중상을 입었다. 9회 무사 1루에서 서건창은 땅볼을 친 뒤 병살을 막기 위해 전력질주하다 1루 베이스를 막은 고영민의 오른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오른 무릎 십자인대 부분 파열 진단을 받은 서건창은 2개월 이상 재활해야 했고, 이후에도 한동안 타격감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서건창으로서는 자칫 6개월 전의 악몽이 떠오를 만한 상황이었다. 이에 불만을 드러냈고, 오재원 역시 반응하면서 두 팀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대치 상황을 벌이기까지 했다. 다행히 큰 접촉 없이 사태는 진정됐고, 경기가 재개됐다.
두산 2루수 오재원(빨간 원)이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8회초 무사 1, 2루에서 서건창의 희생번트 때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장면. 3루수 허경민의 송구가 오기 전부터 베이스를 완전히 막아선 모양새다.(사진=KBS 중계화면 캡처)
이에 앞서 5회말 두산 공격 때는 넥센 쪽에서 논란이 될 만한 포구 장면이 나왔다. 오재원의 경우처럼 주자의 진로를 차단한 수비 위치였고, 실제로 충돌까지 일어났다.
2-2로 맞선 1사 만루에서 3루 주자 김현수는 오재원의 중견수 뜬공 때 홈으로 쇄도했다. 슬라이딩을 하던 김현수는 이택근의 송구를 받으려던 포수 박동원과 부딪혔다. 박동원 역시 포구 과정에서 김현수의 진로를 막은 듯한 모양새를 이뤘다.
그 와중에 김현수는 홈을 손으로 찍은 뒤 한동안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서건창과 같은 중상은 아니었으나 김현수는 6회 수비를 소화한 뒤 7회 교체됐다. 왼 무릎과 발목 타박상 통증을 호소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워낙 튼튼한 김현수가 아프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공을 갖지 않은 상황에서 포수의 홈 블로킹은 지난해부터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부분이다. 아직 메이저리그처럼 규정이 생기진 않았으나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된 사안이다.
이런 가운데 박동원과 김현수의 충돌이 생긴 것이다. 사실 오재원의 포구는 그 이후 8회 나왔다. 공교롭게도 오재원은 두산의 주장이다. 동작으로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 것일 수도 있다. 오재원은 김현수가 쓰러진 사이 박동원에게 무언가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비켜주세요' 두산 김현수가 11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2로 맞선 5회말 오재원의 외야 뜬공 때 3루에서 홈으로 쇄도하다 상대 포수 박동원과 충돌하는 모습.(자료사진=두산)
그렇다면 박동원과 오재원, 둘의 포구 동작은 정당했을까?
먼저 박동원의 포구 동작은 어쩔 수 없었다는 의견이다. 베테랑 포수 출신 한 구단 프런트는 이 장면을 보고 "송구가 그쪽 방향으로 왔기 때문에 박동원은 포구하기 위해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주자를 막기 위한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프런트는 이어 "송구가 두 번 튀기면서 솟아오르는 어려운 바운드로 왔다"면서 힘든 포구 동작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박동원은 김현수의 슬라이딩에 부딪혀 공을 놓치고 말았다. 김현수가 왼 다리로 슬라이딩하면서 오른 무릎으로 진로를 뚫기 위해 박동원을 밀쳐낸 게 도움이 됐다.
오재원의 동작은 다소 다르다는 의견이다. 포구 이전 커버 때부터 완전히 1루 베이스를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당시 잠실구장 기자실에서 현장 취재 중이던 KBO 출입 기자단 사이에서는 "오재원이 먼저 깊숙하게 들어와 있었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송구가 오기 전부터 막아선, 충돌을 부를 수 있는 동작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워낙 승부처였던 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깊숙하게 커버를 들어갔을 수도 있다. 내야수 출신의 모 해설위원은 "부지불식 간에 일어난 동작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오재원은 포구 이후 곧바로 몸을 피해 충돌을 면했다. 악의적 의도는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재원은 서건창의 불만 표출에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벤치 클리어링 사태를 야기한 단초가 됐다. 다만 두산도 앞선 김현수의 부상에 대해 할 말은 있을 터였다. 김태형 감독이 경기 후 "오재원과 서건창 모두 할 말이 있을 것"이라면서 "선수끼리 풀어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앞선 포구 동작들은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고, 또 선수 모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승부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부상은 모두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송구의 흐름상, 또 실수로 인한 포구 동작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서로 충돌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