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일본총리실)
일본이 난징(南京) 대학살 관련 자료들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한 유네스코의 결정에 반발해 유네스코에 대한 출연금 지급 중단과 등록제도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유네스코에 대한 압력을 강화한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난징 대학살은 1937년 12월 일본 군대가 중국 난징을 점령한 후 6주간 시민과 중국 군인 수십만 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중국 정부는 난징대학살의 사실과 1945년 이후 전쟁 범죄자의 재판 관련 기록물을 유네스코에 제출했고 유네스코는 일본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록 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중국정부는 당시 학살된 양민과 군인이 3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중국측 주장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면서도 정확한 진상을 밝히거나 사과하는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우익인사들은 난징 대학살 자체가 날조된 사실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일본정부도 이같은 우익들의 주장을 부추기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세계기록유산 제도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유네스코 지원금의 지불 정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도 외교 관련 관계 그룹 회의를 열고 유네스코 분담금 지불을 중단할 것을 시급히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다.
이같은 일본 정부와 자민당의 결정에 대해 일본 언론들조차 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분담금을 재검토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며 "반론 방식에도 절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쿄신문은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기를 원한다고 해놓고 한편으로는 유엔의 전문기구인 유네스코를 흔드는 등 일본의 외교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논평했다.
일본 정부가 돈으로 유네스코를 굴복시키고 역사까지 바꿀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착각이다.
{RELNEWS:right}이번에 유네스코에 등재를 신청한 것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기록과 난징대학살에 대한 자료였지만 이 가운데 난징대학살 문건만 세계기록유산에 올랐다.
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해서는 다른 국가들과 공동으로 신청할 것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위안부 강제동원 기록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대만 필리핀 등 위안부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 공동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정부가 유네스코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위안부 기록까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자금지원 중단으로 유네스코를 굴복시키고 역사적 진실을 은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과거 군국주의 시절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 행한 침략행위와 위안부 동원 등 각종 만행은 씻겨질 수 없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진정으로 미래로 나가기를 희망한다면 돈을 갖고 유네스코에 압력을 행사하기에 앞서 역사 앞에 진솔한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첫 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