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교보문고
눈 위에 쓴 시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의 가슴에 시를 쓰고
누구는 자취 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눈이 녹아 버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30여 년의 시력을 가진 류시화 시인이 대표시들을 한 권의 시집으로 엮었다.류 시인이 등단하고 10년이 지난 낸 첫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와 5년 뒤에 펴낸 두 번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다시 15년이 흐른 뒤에 출간한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에서 고른 것들이다.
이 시선집에는 <길 위에서의="" 생각=""> <소금인형> <새와 나무="">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옹이> <직박구리의 죽음=""> 등 대표시 98편이 실려 있다.
류 시인은 시선집을 내며 이렇게 소회를 말했다. "나의 시가 절망에 대한 위안이나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되진 않겠지만, 시인으로 입문한 지 35년 만에 시선집을 낸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를 읽어 낸다'는 말과 동의어이다.때로는 고상한 단어들로 시적 기교를 부리려고 애쓴 나의 시가 기댈 곳은 '시를 읽어 내는' 독자의 눈과 마음뿐이다."
류 시인이 발표한 시가 적은 이유에 대해 이문재 시인은 이렇게 해설한다."그는 시를 종이에만 쓰지 않는다. 바람결 속에도 쓰고, 구름에다 올려놓고 쓰기도 한다.집보다 길 위에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류시화 시선집은 30년 전부터 그의 머릿속에서 페이지를 늘려 왔다. 저 머릿속 어마어마한 분량의 시선집이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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