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야, 아는 척은 해라' 21일 두산과 플레이이오프 3차전에서 NC 나성범(왼쪽)이 득점한 뒤 더그아웃으로 온 후배 박민우를 격려하는 모습.(자료사진=NC)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두산의 플레이오프(PO) 4차전이 열린 22일 잠실구장. 경기 전 NC 외야수 나성범은 전날 3차전 때 후배 2루수 박민우를 위로했던 상황을 돌아봤다.
3차전에서 박민우는 1-1로 맞선 2회말 수비 2사 3루에서 송구 실책을 범했다. 잘 맞은 까다로운 타구를 잡아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송구가 높아 1루수 에릭 테임즈 위로 넘어갔다. 허망하게 역전 점수를 실책으로 내준 형국이었다.
지난해 준PO 때 악몽이 떠오를 만한 장면이었다. 박민우는 LG와 2차전에서 9회 1사 1루에서 평범한 뜬공을 놓치면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 사이 LG가 득점하며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2-3, 1점 차였기 때문에 충분히 역전의 기회를 노릴 만했지만 NC는 이 장면에서 뼈아픈 실점으로 2-4로 졌고, 결국 1승3패로 시리즈를 내줬다.
망연자실해 하는 박민우에게 가장 먼저 다가선 선수가 나성범이었다. 우익수 자리에서 이닝이 마무리될 줄 알고 뛰어오던 김에 나성범은 모자를 벗고 반성하던 박민우를 위로했다. 화면상에는 크게 무언가를 외치면서 다가왔다.
'민우야, 힘내' NC 박민우(왼쪽)가 21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회 송구 실책을 범한 뒤 자책하자 나성범이 위로하기 위해 다가오는 모습.(사진=KBS N 스포츠 화면 캡처)
4차전에 앞서 나성범은 "사실 나도 뛰어오다가 '악' 하는 심정이었다"면서 "그러나 어차피 일어난 일이고 실책은 누구나 할 수 있기에 '괜찮다'고 민우에게 말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지난해 실책 때도 내가 위로를 해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소 머쓱한 상황이 벌어졌다. 나성범은 "말을 했는데 민우가 별 대답이 없더라"면서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고 있더라"고 웃었다. 1승1패로 맞선 가운데 시리즈의 향방이 걸린 중요한 일전에서 범한 실수에 누구보다 본인이 자책하면서 순간 선배의 위로를 제대로 듣지 못한 것.
박민우는 그러나 곧바로 만회했다. 3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를 치며 동점 득점까지 성공, 대량 득점의 물꼬를 텄다. NC는 3회만 4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고, 박민우는 3안타 2득점 2타점으로 실수를 잊는 맹활약을 펼쳤다.
나성범은 "박민우가 실책을 했어도 타석에서 충분히 만회를 했다"며 대견한 표정을 지었다. 김경문 감독 역시 "주눅이 들 수 있을 텐데도 잘 때려줬다"면서 "재능이 있는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