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부·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유리할 때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가 불리한 국면에서는 여론조사와 선을 긋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다 되레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애초 국정화 드라이브를 걸게된 데에는 찬성 여론이 앞선다는 자신감이 크게 작용했다. 이 때문에 국정화 강행의 중요한 근거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정화에 총대를 메고 있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정화 전환을 공식 선언하면서 "우리가 많은 여론조사를 해 봤는데 국정으로 제대로 한 가지로 만들어서 잘 가르쳐 달라는 여론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당시만 해도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찬성 여론이 다소 앞서거나 찬반이 팽팽한 시기였다.
여당 주요 인사들도 여론조사 결과를 앞세워 국정화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바빴다.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한국 교육과정평가원이 작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 51%, 일반인의 52%는 국정교과서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교육부 발표와 똑같은 내용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교과서 문제를 구실삼아 산적한 민생 현안을 외면하고 장외투쟁에 집중하면 겨울 추위보다 더 매서운 국민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국민여론을 앞세워 야당에 경고하기까지 했다.
앞서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2일 "(좌편향 교과서를) 국민이 우려하고 학부모는 물론 학생조차 국정 단일화를 요구한다"며 역시 여론 우위를 바탕으로 국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부당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여론이 역전되자 여권은 국민 여론에 대해 입을 닫았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크게 앞서는 것은 물론 학계뿐 아니라 학생들까지 국정화를 반대하며 거리로 나서자 '국민 여론'을 더이상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는 국민 여론과 무관하게 국정화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으로 바꿨다.
김무성 대표는 24일 부산 사상구 기초의원 재선거 지원유세에서 "여론조사에서 10%가 밀리고 뒤집혔다 해서 걱정들 많이 하시는데 전혀 걱정하지 마시라"며 "여러분 이것은 투표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여론조사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25일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정부가 행정고시를 하면 그만"이라며 "그 이후부터는 논란이 잦아들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