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상봉이 이뤄진 25일 금강산 이산가족상봉장에선 대부분의 가족들이 화기애애한 정담을 나누는 가운데 유독 한 테이블에서는 노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배양효(92) 씨는 북녘의 아들 상만(65) 씨를 다그쳤고 상만 씨는 아버지의 마음을 풀어드리려 했지만 배 씨는 오히려 “애비가 말만 하면...”이라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상만 씨는 남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1972년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하다 행방불명이 된 뒤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 32살이 된 딸을 데리고 나타났다.
상만 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듯 얼굴에 주름이 많고 삐쩍 마른 모습이어서 가족들은 적잖이 놀랐다.
어릴 적 상만 씨의 무릎 위에 앉아서 놀기도 했다는 동생 순옥(55) 씨는 “아부지가 오빠가 건강한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부지보다 더 야위시고 혼자라는 게 맘이 아파서 화가 나신 것”이라고 말했다.
부친 배 씨는 “내가 어제 만나보고 화가 찼어(났어)”라며 “나는 올 때 우리 아들이 그래도 살도 찌고 그럴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젊은 아들을 보고싶거든. 그래서 밤에 잠을 못 잤는데 만나보니까 애비가 깜짝 놀라게...”라며 못내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보였다.
상만 씨는 북한에서 결혼한 아내와도 사별한 것으로 알려졌고, 부친 배 씨는 아들이 현재 독신으로 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못마땅한 모습이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CBS 노컷뉴스 홍제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