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진 윤성환(왼쪽부터)과 안지만, 임창용.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홍역을 치렀다. 주축 투수 3인방이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결국 삼성은 임창용과 윤성환, 안지만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윤성환은 17승으로 팀 내 최다승을 거뒀고, 임창용은 33세이브로 뒷문을 지켰다. 안지만은 37홀드로 허리를 지탱했다.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과 심창민에게 중책을 맡겼다. 특히 차우찬은 마무리로도, 상황에 따라서는 선발로도 기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1차전.
류중일 감독은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손가락 7개를 펼쳐보이며 7차전 승부를 예상한 것에 대해 "홈에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워낙 핵심적인 투수 3명이 빠진 탓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 공백이 드러났다.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가 1회부터 흔들렸다. 피가로는 1회초부터 허경민에게 솔로 홈런을 맞는 등 2점을 내줬다. 게다가 2회초에는 1사 후 볼만 내리 9개를 던지는 등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곧바로 차우찬이 올라올 만한 상황이었다.
차우찬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핵심이었다. 지난해 다소 부진했지만, 2011년부터 3년 연속 우승을 하는 동안 선발 바로 뒤에 대기하는 이른바 '+1' 선발로 맹활약했다. 선발이 일찍 흔들릴 경우 투입되는 카드였다.
그런데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3명의 주축 투수가 빠지면서 역할이 달라졌다. 이기는 경기에만 등판해야 했다. 안지만, 임창용의 역할을 맡아야 했다. 혹은 점수 차에 따라 아꼈다가 윤성환이 빠진 4차전 선발까지도 내다봐야 했다.
류중일 감독이 차우찬을 '+1' 카드로 꺼내지 못한 이유다.
결국 피가로는 2회초 1사 1, 2루에서 정수빈에게 적시 2루타, 허경민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피가로는 4회초 1점을 더 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3⅓이닝 6실점 최악투였다.
3인방이 빠진 여파는 계속 됐다. 차우찬, 심창민 카드를 예전처럼 꺼내들 수 없으니 투수 운용이 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근홍과 백정현이 중간에서 그 공백을 메웠다. 물론 역전 후 키 플레이어 차우찬이 등판해 필승조 대신 경기를 매조지었지만, 박근홍과 백정현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사실이다.
박근홍은 5회까지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 5개를 잡았다. 6회초를 버티지 못하고 1사 만루에서 김현수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지만, 올해 박근홍의 한 경기 최다 이닝 투구도 1⅔이닝이었다. 자기 몫은 했다는 의미다.
류중일 감독도 "오늘 박근홍이 좋았다"면서 "한 번 더 간 것이 조금 아쉽다. 그 전에 끊어줬어야 하는데 투구 수가 많아지니 볼을 던졌다"고 말했다.
백정현은 7회초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해 8회초 1사까지 1⅓이닝을 실점 없이 막고 심창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오재일과 장민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네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류중일 감독도 "백정현이 잘 던졌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