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 삼성 선수들이 26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대구=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삼성이 사상 첫 5년 연속 통합 우승을 향해 기분좋게 출발했다.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로 기선을 제압했다.
삼성은 26일 대구에서 열린 두산과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9-8 역전승을 거뒀다. 6회까지 4-8로 뒤지다 7회 대거 5득점, 뒤집기에 성공한 뒤 그대로 경기를 마쳤다.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 75%를 잡았다. 경기 후 류중일 삼성 감독은 "홈에서 첫 경기를 이겨서 좋다"면서 "그것도 역전을 해서 분위기를 완전 바꿔놨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무엇보다 KS 직전 '도박 스캔들'로 침체될 수 있었던 팀 분위기를 바꾼 게 컸다. 삼성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임창용과 안지만, 윤성환 등 주축 투수 3명이 KS 명단에서 빠지는 악재를 맞아 5연패 가도에 우려의 시선을 쏠렸다. 이들 없이도 1점 차 힘든 경기를 이긴 것이다.
▲1선발과 필승조의 불안감하지만 삼성은 희희낙락할 때가 아니다. 기둥뿌리가 빠진 마운드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비록 1승은 거뒀지만 운이 따른 경기였다. 이런 경기가 다시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날 삼성은 믿었던 에이스 알프레도 피가로가 부진했다. 3⅓이닝 만에 6실점했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KS 1선발로 나섰던 윤성환의 공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윤성환이 있었다면 삼성이 선택할 폭은 넓었을 터였다.
류 감독은 "웬만하면 1차전의 상징성 때문에 토종 에이스를 보내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다만 지난해는 컨디션과 구위를 따져 릭 밴덴헐크(현 소프트뱅크)가 1차전에 나섰다. 윤성환은 KS 2차전에서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안지만, 임창용이 빠진 불펜진도 다소 불안감을 노출했다. 박근홍은 피가로의 뒤를 이어 급한 불은 껐지만 6회 아쉬운 2점을 내줬다. 삼성은 초반 열세를 딛고 3, 4회 2점씩을 만회해 4-6까지 따라붙은 상황. 이런 가운데 2실점은 뼈아팠다.
▲행운은 여러 번 오지 않는다
물론 7회 삼성은 대량 득점하며 승부를 뒤집긴 했다. 그러나 상대 1루수 오재일의 포구 실책이 아니었다면 장담하기 어려운 역전이었다. 좀처럼 나오지 않는 행운을 다시 기대할 순 없다. 경기 중후반 불펜진이 흐름을 이어줘야 하는 이유다.
8회 1사에서 투입된 심창민이 아웃 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내려간 부분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심창민은 차우찬과 함께 안지만, 임창용이 빠진 자리를 메워야 할 필승 카드다. 그러나 우타자 허경민, 민병헌에게 잇따라 안타를 맞고 강판했다. 물론 차우찬이 위기를 넘겼지만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장면이었다.
류 감독은 "피가로가 긴장했는지 제구도 안 됐고, 공이 몰려서 아쉽다"면서 "믿었던 심창민이 두 타자를 막아줬어야 하는데 빗맞은 안타를 내줘 아쉽다"고 말했다. 백정현이 1⅓이닝으로 호투하고 차우찬이 믿음직한 모습을 보인 게 고무적이었지만 불안함은 남아 있다.
더욱이 삼성은 윤성환의 공백으로 선발 한 자리가 고민이다. 차우찬은 4차전 선발로 나서야 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불펜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리즈는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