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10대들 놀이터-‘중고론(중고나라 사기)’으로 도박자금 조달-경기종료 기다려야하는 ‘스포츠토토’ 보다, 30초 승부 ‘사다리’ 인기 -10대끼리 고리대금 성행, 돈 불려주는 ‘프로젝트’도 다반사-페이스북, 아프리카TV에 도박 사이트 링크 천지-부모들, 지갑에서 돈 없어질 때 자녀 새벽까지 스포츠 시청때 도박 의심해야사건의 실체에 훅! 들어가 봅니다. 취재를 통해서 확인한 뉴스의 진실을 보여 드립니다. [훅!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훅! 뉴스'입니다. 기자가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기자 오늘 훅! 들어가 볼 뉴스, 뭔가요?
◆ 권민철> 오늘도 소리 한번 듣고 시작할까요?
◇ 김현정> 이건 무슨 소리인가요?
◆ 권민철>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의 중계 음향입니다. 지난 화요일 김진태 검찰총장이 불법 인터넷 도박 근절시키겠다고 공언을 했죠. 도박 사이트 운영자의 범죄 수익금이 최근 잇따라 발견된 때문입니다. 대전에선 오븐 밑에서 돈다발 3억원이 발견됐고, 강남 벤틀리 페라리 추돌사고 당사자 역시 도박사이트 운영자였구요.
◇ 김현정> 몇 년 전에 김제 마늘밭에서 발견된 100억원도 도박사이트 수익금이었죠?
◆ 권민철>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고 보니 인터넷 도박 부지불식간에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한 거 같아요.
◆ 권민철>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인터넷 도박, 그 중에서 심각성이 더 큰 10대들의 도박 실태를 조명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엊그제도 10대가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인터넷 사기를 하다 붙잡혔잖아요?
◆ 권민철> 창원의 19살 박모군 이야기죠.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바카라’라는 게임을 했는데, 3개월간 160차례 베팅을 했다고 합니다. 도박하는데 드는 자금은 전부 이른바 ‘중고론’으로 충당했다고 하구요.
◇ 김현정> ‘중고론’이라는 말이 생소하군요?
◆ 권민철> 10대들의 은어인데요, 인터넷사이트 ‘중고나라’에 물건을 팔겠다고 하고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사기행각을 말합니다. 이 친구가 51명에게 받아 가로챈 금액이 910만원 이었는데 ‘바카라’를 하면서 대부분 탕진 했다고 합니다.
◇ 김현정> 어떻게 해서 처음 도박의 늪에 빠져 들었다고 하나요?
◆ 권민철> PC방에서 도박하는 사람들 보고 따라했는데 처음에 돈을 딴 게 문제였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모든 돈보다 많은 돈이 순식간에 벌리면서 결국 수렁에 빠진 겁니다. 사건을 조사한 창원서부경찰서 강동주 순경 이야기 들어보시죠.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했는데 한번 두번 하다보니 중독이 됐다고, 자기가 하는 말이 끊을 수 없다고, 오히려 자기 자신이 이것 좀 그만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3개월 만에 그 지경이 됐다는 게 놀라운데, 사이트 접근이 쉽나보죠?
◆ 권민철> 그래서 저도 박군이 들어간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봤습니다. 성인인증, 본인확인 절차 같은 것도 필요 없이, 아주 간단하고 간편하게 가입이 됐습니다. 전화상담도 가능하구요.
◇ 김현정> 전화상담도 가능하다?
◆ 권민철> 그래서 전화를 걸어 봤는데요. 남자 안내원이 사이트 안전하니 걱정 말라고 하더군요. 딴 돈을 돌려받는데 문제가 없는지 거듭 물어봤는데요, 대답을 들어보시죠.
출금 안 되는 경우는 없고, 다른 카지노 보다 아시겠지만 되게 오래됐기 때문에 믿고 하셔도 되요. 만약 천 만원을 출금하신다면 천만원 한꺼번에 안들어가고요 5백만원씩 끊어서 들어가기 때문에…
◇ 김현정> 이런 사이트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을 피한다는데.. 거기는 어딜까요?
필리핀에 서버를 둔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사이트 (사진=홈페이지 캡처)
◆ 권민철> 사이트를 뒤져보니 국가번호 63번이 나왔습니다. 필리핀이었던 겁니다. 따라서 경찰도 이 사이트 운영자는 처벌하지 못했던거구요.
◇ 김현정> 가입은 그렇게 간단히 한다치고, 게임 방법은 어떻던가요?
◆ 권민철> 사이트에는 여러 게임방이 있었는데, 박군이 했다는 바카라 방에 들어가 봤습니다. 소리를 한번 들어볼까요?
◆ 권민철> 지금 들리는 소리는 포커카드 배분하는 소린데요. 두 사람 가운데 포커카드 2장의 합이 9에 가까운 쪽을 맞추는 게 게임입니다. 못 맞추면 베팅한 돈을 잃고 맞추면 두배를 받습니다. 특징은 게임이 30초 마다 새로 시작한다는 겁니다. 스포츠토토와 달리 스포츠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거죠.
◇ 김현정> 돈은 어떻게 주고 받나요?
◆ 권민철> 입금은 사이트계좌에 입금하고 출금, 그러니까 되돌려받을 때는 미리 지정한 계좌를 통해 받습니다. 하지만 돈만 받고 사라지는 먹튀 사이트가 전체 불법도박 사이트 1만개 가운데 70%나 된다고 합니다.
◇ 김현정> 궁금한 것은 과연 인터넷 도박하는 10대가 얼마나 되느냐는 건데, 파악이 되던가요?
◆ 권민철> 10대들의 해방구라는 서울 신림동을 사회부 김구연 기자가 가봤는데요, 도박하는 아이들을 찾기란 결코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 기자와 18살된 자퇴 청소년과의 대화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A군: 스포츠 토토도 많이 하고 사다리도 많이 타고.
기자: 사다리가 뭐야?
A군: 홀짝으로… 인터넷 도박이에요. 안 잃은 사람 한 명도 없어요. 심한 애들은 몇 천 만원 잃기도 하고.
기자: 애들이 돈이 어디 있어서?
A군: 몇 년 일한 거 다 꼬는 거에요.
◆ 권민철> 이 친구가 말하는 사다리 게임 역시 앞서 ‘바카라’처럼 게임결과가 순식간에 나오는 게 특징입니다.
◇ 김현정> 청소년들이 이런 사이트를 어떻게 알게 되는 걸까요?
SNS에 올라온 도박사이트 광고글 (사진=페이스북 )캡처
◆ 권민철> 사실 알고 보니 이런 사이트는 널려있었습니다. 페이스북과 아프리카TV에 특히 링크가 많고요, 아이들끼리 단톡방(단체카톡방)에서 서로 광고도 한다고 합니다. 소개자에게 별도 수수료가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대신 돈을 굴려 따도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있구요. 이야기 더 들어보시죠.
3년차 무사고 안전 놀이터. 이런 광고하는 애들 많아요. 3년 무사고라는 건 3년 동안 이 사이트가 누구한테 걸리지 않았다는 거에요. 프로젝트라고해서. 나에게 50만원 주면 500만원으로 불릴게. 대신 (돈을) 불리면 불린값 200만원 받는 프로젝트도 있고..
◇ 김현정> 이렇게 비행 청소년들 말고, 일반 학생들도 혹시 그런가요?
◆ 권민철> 그래서 주변의 평범한 고등학생, 그것도 1학년생에게 물어봤는데요. 역시나였습니다.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고 그래 가지고 도박해 이러면서 그걸로 돈이나 모아가지고 막 하자고해가지고... 반 28명 가운데 3~4명 정도가 (도박을) 하는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아이들의 도박 자체도 문제지만, 그로부터 파생되는 문제도 많을 거 같아요?
◆ 권민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제가 도박 청소년 상담소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를 방문해봤습니다. 박은경 과장의 상담 사례 들어보시죠.
고등학생인데 3백만원 부채가 생겨서 의뢰가 됐는데, 그 안에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질 나쁜 형들과의 고리대의 문제라든지, 학교폭력의 문제라든지, 이미 그 안에 도박을 함께 하는 무리들이 같이 형성이 돼 있다든지...
◇ 김현정> 아직도 믿고 싶지 않은데, 혹시 관련 통계도 찾아보셨나요?
◆ 권민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지난해 불법 인터넷 도박 실태를 조사했는데요, 이용자의 12.2%가 10대로 나타났습니다. 이 비율 50대 이상 연령대(11.1%) 보다 높습니다.
◇ 김현정> 10대 외에 다른 연령층의 도박 실태는 어떻던가요?
◆ 권민철> 20대가 46.7%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20대를, 10대 때부터 도박을 경험한 사람들로 보고 있습니다. 30, 40대는 14~15%로 엇비슷했구요.
◇ 김현정> 그래서 어렸을 때 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텐데... 그런데 환경은 그렇지 않아서 걱정이에요…{RELNEWS:right}
◆ 권민철> 사실 도박은 굉장히 강력한 규제를 받는 산업입니다. 설립과 출입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도박을 할 수 있게 돼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야말로 도박규제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거죠.
◇ 김현정> 일주일간 이 문제 취재하셨는데, 청취자들에게 드릴 당부말씀 있을까요?
◆ 권민철> 우리아이는 안 그러겠거니, 방심은 금물입니다. 만약 아이가 도박 사이트에 들어가거나, 밤새도록 스포츠 게임을 보고 있다면 일단 의심해야겠구요. 아이가 돈과 관련된 문제가 생길 때나, 지갑에 돈이 슬쩍 슬쩍 없어지거나 아니면 돈을 주지 않았는데 뭘 사고 있으면 눈여겨봐야 할 겁니다. 그러다 도박에 빠진 거 같다면 상담전화 1336번으로 도움을 요청하시면 됩니다.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