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김태형 감독은 4차전 선발로 이현호를 내세웠다. 이현호는 시즌 막판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이닝 3실점(2자책)에 그쳤다. 단기전인 만큼 1차전 선발이었던 유희관을 당겨쓸 수도 있었지만, 김태형 감독은 정공법을 택했다.
김태형 감독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편하고, 안 편하고는 다 똑같다. 더스틴 니퍼트가 나오면 '잘 던지겠지' 생각하고, 이현호는 '잘 던졌으면'이라고 생각한다. 그 차이"라면서 "당겨써서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 그 다음 카드가 있거나 해야 당겨쓸 수 있다. 대안이 없다. 이현호가 썩 나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현호는 2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1회초 무사 1, 2루를 잘 막았지만, 2-0으로 앞선 2회초 폭투와 적시타로 3점을 내줬다. 결국 2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노경은이 버티고, 또 버텼다.
사실 노경은은 지난해와 올해 슬럼프였다. 확실한 보직을 찾지 못한 채 제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도 있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썩 좋지 못했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경기 4이닝 4실점을 기록했고, 그나마 NC와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4이닝 1실점으로 조금 나아졌다. 한국시리즈에서는 ⅓이닝만 던졌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은 불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믿고 가겠다"고 끝까지 신뢰를 보냈다.
결국 노경은이 해냈다. 노경은은 2회초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8회 1사까지 단 1점도 주지 않고 5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 사이 두산도 경기를 뒤집었다.
두산은 삼성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노경은의 역투에 힘입어 4-3으로 승리했다. 1차전 패배 뒤 3연승을 달린 두산은 1승만 추가하면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다.
두산은 상대 실책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1사 2, 3루에서 김현수의 타구를 1루수 구자욱이 다이빙 캐치로 건져 1루를 찍었지만, 홈에 뿌린 송구가 빗나갔다. 3루 주자 정수빈에 이어 2루 주자 허경민까지 홈을 밟았다.
하지만 이현호가 2회초 흔들렸다. 이현호는 무사 1, 3루에서 폭투로 1점을 줬고, 박한이의 볼넷과 이지영의 희생 번트에 이은 1사 2, 3루에서 구자욱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자칫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노경은의 호투가 이어졌다.
노경은이 삼성 타선을 꽁꽁 묶는 사이 두산 타선도 점수를 뽑았다. 4회말 무사 1, 3루에서 양의지가 병살타를 쳤지만, 3루 주자 민병헌이 홈을 밟았다. 또 5회말에는 2사 1, 2루에서 민병헌이 바뀐 투수 차우찬에게 적시타를 뽑았다. 4-3 역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