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손가락 부상을 당한 정수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은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9,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패배보다 더 아팠던 것은 1번 타자 겸 중견수 정수빈의 부상이었다. 정수빈은 6회초 번트를 대다가 박근홍의 공에 왼손 검지를 맞은 뒤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골절은 아니었지만, 열상으로 6바늘이나 꿰맸다.
경기에 나서고 싶어도 그라운드에 설 수 없었다. 공을 던지는 왼손을 다쳤고, 타격도 어려웠다. 대주자 정도로 투입이 가능한 상태였다.
두산은 물론 정수빈에게도 아쉬운 부상이다.
정수빈은 NC와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3할5푼을 쳤고, 1차전에서도 부상 전까지 안타 2개를 때렸다. 정수빈도 "안 좋았을 때 다쳤더라면 그래도 괜찮을 텐데 좋은 상태라 더 아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태형 감독은 정수빈의 부상으로 엔트리를 대폭 변경했다. 1번 타자 자리에는 허경민이 올라섰고, 중견수 자리에는 우익수 민병헌이 옮겨왔다. 그리고 박건우가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두 명의 친구와 한 명의 선배가 정수빈의 공백을 메우려고 나섰다.
정수빈도 "경민이가 잘 하고 있어서 걱정은 안 한다"면서 "건우도 삼성 선발이 좌완이니 잘 할 것"이라고 친구들을 향한 믿음을 보냈다.
1번 타자로 변신한 허경민은 4타수 2안타 1타점의 변함 없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준플레이오프 2~3차전 이후 처음 선발로 나선 박건우도 4타수 1안타를 쳤다. 김태형 감독도 "박건우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때는 뭔가 자신이 없는 모습이었는데 오늘 보니까 좋다. 좋을 때 컨디션이 나오면서 박건우가 잘 해줄 것 같다"고 박건우를 칭찬했다.
정수빈의 장점은 역시 중견수 수비다. 폭넓은 수비를 앞세워 올해 10개 구단 중견수 중 두 번째로 많은 이닝(1090⅔이닝)을 소화했다. 그 공백은 우익수로 뛰던 선배 민병헌이 잘 메웠다. 민병헌은 실수 없이 중견수 임무를 수행했다.
민병헌은 "중견수 수비는 그냥 할 만 했다"면서 "일단 수빈이가 훨씬 수비를 잘 하는데 내가 중견수로 나가서 수빈이 못지 않게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