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3시께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가수 이승환의 공연이 열릴 서울 홍대 롤링홀 앞에서 20여 명의 관객들이 공연 시작 4시간 전부터 줄을 서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노컷뉴스)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내기 위해 4일 가수 이승환이 주최하는 무료 콘서트가 열리는 서울 홍대 롤링홀 앞.
이날 저녁 7시에 시작되는 '한쪽 눈을 가리지 마세요' 공연에 앞서 4시간 전인 오후 3시께부터 20여 명의 관객들이 줄을 서 있다.
이승환을 비롯한 가수들은 '어른들의 부당함과 부조리에 거리에 나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취지로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줄의 앞에서 두 번째에 자리를 잡고 앉은 홍모(21세·휴학생) 씨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가리온이 콘서트에 동참하는데다 공연의 취지에도 공감하고 있어 오게 됐다"고 말했다.
홍 씨는 이번 국정교과서 사태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집필돼 학생들을 가르치면 좋겠지만,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믿음이 안 간다"며 "국정교과서를 내세워 나머지 교과서를 억압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국가에서는 맞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 주모(22세·학생) 씨는 "이승환 씨를 평소 음악적으로 좋아하고, 국정교과서를 바라보는 마음도 같아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국정교과서 사태는 독재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부정부패의 산물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왜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강행할까'라는 질문에 주 씨는 "아마 본인들이 제일 잘 알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공연은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과 청소년들만을 위한 무료 행사로 기획됐다. 입구에 세워진 화이트보드판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뒤 입장할 수 있다.
롤링홀 앞에는 공연을 보기 위한 이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20대 청년들이 뜻을 함께하기 위해 모였다.
특히 연령 제한 때문에 입장을 할 수 없는 30대 이상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연령제한에 걸리는 권모(53세)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나이 제한에 걸리지만 학생들을 응원하고 싶어서 왔다"며 "선글라스를 빌려 변장을 하고 들어가고 싶은 게 제 욕심이지만, 입장이 안 된다고 하면 규칙이 그러니까 그냥 조용히 돌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자신을 일용직 노동자라고 소개한 그는 "하루 벌어 하루 살고 있지만, 국정교과서 사태를 접하면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 일을 버리고 왔다"며 "있는 그대로 서술해야 할 역사를 권력층의 입맛에 맞게 바꾸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