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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하는 흙수저들] 버스킹도 스펙쌓기가 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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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음하는 흙수저들] 버스킹도 스펙쌓기가 되는 현실

    ① "꿈 찾고 싶지만 대출 이자 갚으려면 당장 취업해야"

    정규직은 커녕 비정규직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꿈을 포기하는 젊은이들. 취업난 속에 연애, 결혼, 출산은 이미 포기했다는 '삼포세대'들은 "눈높이를 낮추라"는 어른들의 충고에 "낮춰도 갈곳이 없다"며 발끈한다. 졸업 후 평균 학자금 빚만 1,500만원에 육박하는 현실. 부모님 잘 만나 아르바이트 걱정없이 공부에 전념하는 일부 '금수저'를 제외한 대부분의 '흙수저'들은 오늘도 '컵밥'으로 허기를 달래며 하루를 산다.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 거리공연까지 동원하고 극한 아르바이트가 만년 직업이 되는 청춘들. 고학력에 외국어능력, 전문 자격증까지 소지해도 서류전형조차 통과할 수 없는 좁은 취업문. 그리고 끝내 범죄에까지 내몰리는 이땅의 신음하는 젊은이들을 CBS노컷뉴스가 3차례에 걸쳐 돌아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버스킹도 스펙쌓기가 되는 현실
    - "꿈 찾고 싶지만 대출 이자 갚으려면 당장 취업해야"

    ② '내장 튀고, 동상 걸리고…'극한알바' 신음하는 청년들
    - "공장일하다 다친 아버지께 걱정드릴 수는 없어"

    ③ 범죄에까지 내몰리는 가혹한 청춘들
    - 보이스피싱 다단계 유사수신…전과자로 전락한 내 인생

    하반기 기업 공채 일정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청춘들의 한숨도 깊어간다.

    기업들은 보다 좋은 인재를 구하기 위해 낮은 변별력 속에 화려한 고스펙 구직자들을 선호하고 취업준비생들은 한번이라도 눈에 더 띄려 몸부림친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도 어렵다는 취업난에 좋은 대학, 높은 학점은 더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각종 공모전 입상이나 해외봉사활동, 심지어 거리공연까지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전락하는 가혹한 현실.

    구직 기간 중 90% 이상이 우울감을 느꼈다는 이 땅의 젊은이들은 오늘도 취업문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다른 지원자보다 눈에 띌 수 있잖아요"

    연세대 4학년 김모씨는 지난해 한 대기업에서 주관하는 교육봉사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수백 대 일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기 위해 그가 내세운 건 다름 아닌 버스킹(busking·거리 음악 공연) 경력.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걷고 싶은 거리나 신촌, 대학로 등을 지나는 행인들을 상대로 기타치며 노래했던 경험을 내세워 '끼'를 강조하려 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김 씨는 "버스킹 경력을 쓰면 다른 지원자들보다 눈에 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쓰게 될 입사지원서나 자기소개서에도 이 내용은 꼭 써넣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의 한 광장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서모 씨(맨 오른쪽 아래). (사진=서모 씨 제공)

     

    서울의 한 사립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서모(24) 씨 역시 지난 5월부터 매주 경기도 일산의 한 광장에서 기타를 치고 있다.

    "좋아하는 분야를 개발해 구체적인 활동으로까지 이어갔다는 걸 면접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게 그가 버스킹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서 씨에게도 버스킹이 취업용 스펙인 셈이다.

    사실 아무 생각없이 음악에 몰두하고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최근 결혼한 친누나가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해 졸업 후 당장 집에 돈을 보태야 한다는 강박이 서씨를 짓누르고 있다.

    10년 전 아버지가 원치 않게 직장을 그만뒀고 이에 어머니가 통신사 콜센터에 취직했지만, 이 또한 비정규직이라 재계약 때마다 몸살을 앓아야 하는 현실.

    내년이면 환갑을 맞는 아버지가 최근 소일거리를 시작했지만 매달 수백만원에 달하는 가계 대출 이자 때문에 용돈을 달라는 말조차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서 씨는 "꿈이 무엇인지, 즐거운 일이 무엇인지 찾고싶지만 당장 취업을 해 돈을 먼저 벌어야한다"며 고개를 떨궜다.

    서울의 한 사립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서모 씨(왼쪽). (사진=서모 씨 제공)

     

    ◇ '어마무시한 고스펙'도 울상 짓는 현실

    중앙대 연극영화과 4학년 송지영(23·여) 씨는 지난달 중국어능력시험 HSK 4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평소 희망하던 화장품 회사 취업이 번번이 막히자,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웨덴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그가 최근 중국어까지 섭렵해야 했던 것.

    송 씨는 "면접에서 만난 다른 지원자들 모두 영어는 기본, 중국어나 일본어 자격증 하나쯤은 다 갖고 있었다"며 "중국 시장을 중시하는 화장품 회사에 강점을 보이기 위해 매일 책보고 단어 외우며 치열하게 독학했다"고 말했다.

    32개국 배낭여행, 아시안게임 VIP 통역 등 이력서에 쓸 만한 활동 경력이 13개. 여기에 각종 자격증은 물론 국내외 봉사활동 경력까지 있는 그는 올해 100개가 넘는 회사에 지원했지만 여지껏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4학년 박모(26) 씨 역시 취업 고민에 연일 한숨만 내쉰다.

    올해 초부터 지원서를 쓰기 시작해 하반기에만 15곳의 기업에 지원했으나 현재 전형이 진행 중인 1개 기업 외에는 모두 떨어졌다.

    박 씨는 "예전보다 경제도 침체되고 기업 채용 절차도 복잡해지다 보니 취업하기 너무 힘들다"며 "학교에 대한 인식 때문에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고충을 털어놓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유모(26) 씨는 "예전 선배들은 자기소개서쯤은 대충 적어도 다 취업할 수 있었던 때 학교를 다녔다"며 "얼마 전 우연히 선배들의 자소서를 읽어보니 요즘에는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취업이 녹록지 않던 유 씨는 최근 졸업까지 미뤘다.

    ◇ 청년 체감실업률 22.4%…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청년층(15~29세)의 평균 체감 실업률이 22.4%에 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정부가 15년 만의 최고치라며 발표했던 청년층 공식 실업률 11.1%보다 두배가 넘는 수치다.

    좁은 취업문에서 다수와 경쟁하던 청년들은 결국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구직자 중 91.4%는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에 "우울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6%는 "구직활동을 하며 생긴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나 상담을 받아본 적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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