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잘 던지네." 한국이 오타니 공략에 실패했다. 하지만 오타니가 내려간 뒤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자료사진=윤성호 기자)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 공략법은 그저 이론에 불과했다.
한국은 지난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개막전에서 일본에 0-5로 완패했다. 일본 선발 오타니를 공략하지 못했다. 오타니를 상대로 6이닝 동안 2안타, 2볼넷을 얻는 데 그쳤다. 최고 구속 161km까지 찍힌 빠른 공과 140km 후반대 포크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결국 빠른 공 공략으로 해법을 찾으려 했다. 타자 친화적인 도쿄돔에서의 경기, 그리고 오타니라는 투수에게 한 번 당했다는 점도 오타니 공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대호도 "한 번 당했던 선수가 나오니 선수들도 각오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개막전보다 더 강력했다.
한국 타선은 무기력했다. 6회까지 오타니에게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외야로 뻗어나간 타구도 2회초 박병호의 우익수 플라이, 4회초 정근우의 우익수 파울 플라이가 전부일 정도로 오타니의 힘에 밀렸다.
160km가 넘는 강속구와 뚝 떨어지는 포크볼에 방망이는 연신 헛돌았다. 여기에 개막전과 다르게 슬라이더까지 더해졌다.
1회초 김현수의 삼진을 시작으로 6회까지 삼진만 9개를 당했다. 4회초 1사 후 2번 타자 이용규부터 5회초 6번 타자 민병헌까지 5명의 타자가 연속 삼진으로 돌아섰다. 오타니는 7회에도 삼진 2개를 추가했다.
개막전에서 6이닝 동안 91개의 공을 던졌던 오타니는 더 공격적으로 나왔다.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투구수를 줄였다. 160km 빠른 공은 한국 타자들의 방망이가 채 나오기 전에 먼저 포수 미트에 꽂혔다. 포크볼과 슬라이더의 변화 각도 컸다.
특히 오타니가 개막전 후 "한국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로 꼽았던 김현수마저 삼진만 3개를 당했다. '타격 기계'라는 애칭을 가진 김현수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오타니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7회초 터진 정근우의 안타가 아니었다면, 7이닝 노히트 수모를 겪을 뻔했다.
오타니는 7이닝 동안 피안타 1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만 내준 채 85개의 공으로 자신의 임무를 마무리했다.
한국 타선은 오타니가 내려가자 터졌다. 8회부터 등판한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상대로 9회 연속 3안타를 치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다급해진 일본은 투수를 교체했지만, 불 붙은 한국 타선을 막지 못했다. 4-3, 짜릿한 9회 역전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