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최근 국내 최연소로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통과한 송유근(17) 군이 지난달 저명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블랙홀 논문을 놓고 표절 논란이 일고 있다.
익명의 네티즌이 표절의혹을 제기하고 송 군의 지도교수이자 표절대상으로 지목된 학술대회 발표자료(Proceeding)의 원저자인 한국천문연구원(KASI) 박석재 연구위원이 이를 부인하고 해명하는 모양새다.
박석재 박사는 20일 "유근이 논문과 제 발표자료는 많은 부분이 같거나 유사해 일반인은 표절로 의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유근이가 유도해낸 편미분방정식 부분은 이 논문의 핵심이며 이는 의미있는 학문적 성과다. 저널에서도 이를 인정한 것"이라며 표절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디시인사이드와 클리앙, 일베저장소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송 군이 '천체물리학저널(Astrophysical Journal, 10월 5일)'에 발표한 논문이 박 박사의 2002년 학술대회 발표자료를 표절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두 문건을 비교한 사진 등이 퍼졌다.
표절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두 문건의 문장과 수식 등을 비교한 사진을 제시하고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면서 이 문제를 논문표절 국제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표절이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박사는 이런 주장은 송군이 논문을 작성한 과정이나 학계 전통을 모르기 때문에, 또 블랙홀 연구 분야에 대해 몰라서 생긴 것이라며 의혹을 반박하고 저널 측에 의혹을 제기했다고 하니 표절이 아니라는 게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송군 논문과 박 박사 발표자료에서 2·3장이 문장까지 거의 유사한 데 대해 박 박사는 "학술대회 발표 후 10여 년 만에 같은 주제를 연구한 것이어서 2·3장은 유근이가 복습, 리뷰를 한 것"이라며 "이 부분은 새롭지도 않고 가치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두 문건의 수식들이 거의 비슷한 점에 대해서는 "같은 과정을 반복한 것이어서 비슷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제 발표자료에 있는 방정식들은 SCI급이 못되지만 유근이가 유도해낸 편미분방정식(논문 내 수식 4.24)은 SCI급"이라고 말했다.
그는 송군이 유도해낸 방정식은 블랙홀 자기권을 기술하는 것으로 자신이나 미국 유명 대학 출신 박사 후 연구원(Post-Doc)도 해내지 못한 의미 있고 중요한 성과이며 저널 편집자들도 잘 알기 때문에 논문 투고 후 한 달여 만에 이례적으로 게재를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또 송군이 발표한 논문에 자신의 발표자료를 인용하지 않은 점에 대해 "논문 투고 과정에서 심사자에게 발표자료에 대해 알렸고 그래서 제목에도 '재고'(Revisited)를 명기했다"며 "다만 심사자와 논문에 표기할 인용자료 범위를 SCI 논문으로 한정하기로 해 발표자료에 인용이 빠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반도체분야 박사과정 4년차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박석재 박사 블로그에서 "발표자료를 고쳐 논문으로 내는 건 학계에서 상식적인 행동임을 강하게 얘기하고 송군이 유도한 결론이 이 논문의 핵심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서 제1저자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정리해주면 표절 논란이 수그러들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박석재 박사는 "저널 측에 객관적인 심사자가 표절 의혹을 엄정히 검토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표절이 아니란 것은 물론 유근이의 성과가 더 명백히 밝혀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유근이가 받을 상처가 걱정된다.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도 않고 의혹을 마구잡이로 제기하는 행태가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