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금지된 집회에 참가만 해도 모두 체포하고, 외국공관이나 학교 인근이라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경찰의 입장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달 5일 예정된 ‘민중총궐기 2차 대회’를 금지 통고한 경찰은 ‘체포전담반’을 가동하는 등 현장 검거 방침을 밝혔다.
◇경찰 “불허 집회 다 체포 대상” VS 대법원 “평화적 집회 처벌 못해”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1만 명이 모였다고 할 경우 모두 체포 대상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집회를 하면 다 체포대상이 된다”고 답변했다. 경찰이 불허한 집회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체포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법원의 그간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법원은 그동안 “사전금지된 집회에 참여했더라도 평화적으로 개최되거나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은 때는 해산명령에 불응했다고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결해왔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지난 2003년 결정을 주로 인용하고 있다.
헌재는 집회의 제한에 대해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집회이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을 모두 소진한 뒤에야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 수단”이라며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헌법재판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경찰 “대사관 주변 안돼” VS 헌재는 위헌경찰이 ‘대사관과 학교 밀집’을 광화문광장 일대의 집회시위를 금지한 근거로 든 점도 헌재의 결정과 180도 다르다.
경찰은 30일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향후 경찰의 대응 방침’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광화문광장 주변에는 15개 학교와 22개의 외교기관이 있다고 집회 불가 근거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헌재는 대사관 주변 집회시위를 무조건 금지하는 건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2003년 10월 내렸다.
헌재는 “국가권력에 의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장소나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장소로 추방된다면 집회의 자유가 보호되지 않아 장소의 중요성은 뚜렷하다”며 “집회 장소가 바로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계획한 집회를 할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교기관에 대한 집회가 아니라 우연히 금지장소 내에 위치한 다른 항의대상 집회의 경우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행해지는 경우 등은 예외로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때문에 개정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는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하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2차 총궐기 대회가 예정된 5일은 토요일로 대부분의 대사관은 휴무다.
또 집시법 8조는 학교의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집회 예정일이 5일이 학교가 쉬는 토요일인 점을 고려하면 학습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경찰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봐야 한다.
◇합헌 결정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집시법 근거들경찰이 이번 2차 집회를 금지한 법적 근거가 된 집시법 5조와 12조도 논란이 여전하다.
집시법 5조는 “집단 폭행, 협박 등 공공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경우”, 12조는 “관할 경찰서장은 주요 도로 집회 등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