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경기 장면.(사진=강원FC 홈페이지)
강원도민구단 강원FC가 창단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1일 강원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가 내년 운영예산안 20억원 전액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성적 향상과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는 임은주 대표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구단 자구 노력도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의원들은 이번 기회에 구단 해체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다음 주 도의회 예결위 심사가 변곡점이 될 수도 있지만 최 지사 도의회 음주 출석으로 불거진 특보진 교체 요구 등을 둘러싼 도 집행부와 도의회간 냉각기까지 겹쳐 뚜렷한 명분이 제시되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도의회 안팎에서는 옹호론도 적지 않다.
구자열 강원도의원(원주4)은 "김진선 전 지사 재임당시 강원FC 창단을 면밀한 검증없이 적극 지원한 도의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구단 대표와 관련된 사안을 구단 존폐 위기로 몰고가는 것은 바람직한 의사결정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청의 한 간부도 "강원FC에는 도민 6만여명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며 "아무리 도의회가 민의를 대변한다해도 쉽게 해체를 거론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도 운영예산 지원은 구단 선수들과 직원들의 생계와 직결돼 특정 사안의 절충 수단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며 신중한 판단도 요구됐다.
강원FC 관계자는 "당장 선수, 코칭스텝 41명과 사무국 직원 13명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구단주라 할 수 있는 강원도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구조에서 다른 스폰서와 시군의 홍보예산을 이끌어내는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사정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금분 도의회 사회문화위원장은 "예산 삭감은 성적 향상과 경영 정상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자진 사퇴하겠다던 임은주 대표의 결단과 구단 쇄신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며 "이런 명분이 충족되면 예결위 심사 단계에서 강원FC 예산이 충분히 재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FC는 강원축구협회 주도로 창단준비위원회가 발족돼 창단 작업을 진행하다 불발에 그친 뒤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재임 당시인 2007년부터 강원도 주도의 창단이 이뤄져 2008년 12월 18일 K-리그 15번째 구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인천과 경남, 대전 등 타 지역 시민구단 사례를 참조해 구단 운영과 재정충당 방안을 수립했을 뿐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면밀한 타당성 검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은주 강원FC 대표는 "2013년 5월 취임 이후 68억원에 달하던 부채의 90%를 절감했고 선수 인건비도 48억원에서 15억원으로 줄였다. 올해 A보드 광고 유치 실적도 지난해에 비해 500%이상 신장시켰다. 거취 문제를 거론하기 앞서 경영 정상화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은 후임이 당장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대표직이 공석이 되면 선수 영입이나 스폰서 유치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